khym54
photo by khym54 from flickr

날씨는 더워지며, 술에는 취하지도 않는 밤이었다. 어제는. 기대했던 1707은 그렇게 맛있지도 않았고,몸도 피곤하고 그랬던 밤이다. 그래도 9시면 눈이 떠진다. 주말이라고 해도 9시면 이미 해는 중천에 있기에, 햇볕은 방안으로 들어오고 양철 지붕은 달궈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토요일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사진기를 들고 센터로 내려왔다. 이런저런 풍경을 찍고 싶어서, 그리고 이제 한 달 가량밖에 남지 않은 이 까풍아를 담고 싶어서 말이다. 언덕을 내려오고 있는데 아이 두 명이 뛰어서 내려온다. 그리고 말을 건넨다. "Please borrow me some money" 그리고 또 다른 말이 들린다 "please, help me with some money" 라면서 말이다.

돈을 빌려줄 수는 있어도, 결코 돌려받지는 못하는 그런 의미의 빌려달라는 말. 그러한 말들이 이곳 아이들에게서는 이곳 청소년들에게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너무나 쉽게 나온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무기력하고 의존적으로 만들었을까? 여러 고민이 들었다. 무의미하게 계획 없이 이들을 도와주었던 구호 단체 때문일까? 아니면 이들을 그냥 보고 불쌍하다는 이유만으로 초콜릿을 캔디를 그리고 적은 돈을 나누어주었던 예전의 누군가 때문이었을까?

어느 순간 이곳의 사람들에게는, 그리고 아프리카의 많은 사람에게는, 외국인은 같이 무언가를 해나가야 할 대상이 아닌, 조건 없이 나를 도와주어야만 하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무자비한 동정 어린 구호 때문에, 이들은 의지를 잃고, 무기력하며 의존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과연 이것이 올바른 원조일까?

그리고 그 애들을 지나치고 채 1분도 되지 않아 어떤 청년이 또 나에게 묻는다. "저쪽 건너편 고등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학비를 낼 돈이 없다. 대신 내주면 어떻겠냐?"라고 말이다. 무언가 점점 무기력해진다. 난 이곳의 진료소만 담당할 뿐이라며 자세한 이야기는 교무님에게 물으라며 말을 흐리고 지나갔다.

이들에게 자립심은 없다는 지나친 단정을 내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


언덕 양지 바른 곳에 새로 짓고 있는 집이 보인다. 완성된 집은 보아도, 만들고 있는 집은 처음 본다. 신기한 마음에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친절히 집을 짓고 있는 아주머니가 설명해준다. 자기는 요하네스버그에서 일했었고, 이제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이제 자신이 사는 집을 짓는데, 나무로 벽을 세우고, 그 사이에 돌들을 메꾸어서 넣고, 진흙과 시멘트의 조합으로 채운다고, 진흙만 채우면 우기가 지날 때마다 진흙들이 무너져 내리기에 매년 집을 다시 지어야 하는데, 자기는 올해만 집을 짓고 나머지는 몇 년은 좀 쉬고 싶기에 시멘트를 사용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또 무언가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있는 센터에 일자리가 있다면 일자리를 달라고, 자신은 시멘트를 구매해야 하는데 그렇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참 이 아줌마가 고마웠다. 조건 없는 원조가 아니라, 자신이 자립할 힘을 얻기 위한 원조를 원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원한다. 그리고 원조를 하는 사람들도 이런 원조를 위한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물고기를 잡을 힘조차 없는 사람들에게는 물고기를 주는 것이 옳지만,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음에도 물고기를 주는 것은 단지 그 사람들 주저앉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 사람이 물고기를 잡는 힘이 있다면, 이제 물고기를 잡는 기술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물론 그 사람이 농부의 기질이 있다면, 물고기가 아니라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겠지만.

32도다. 물론 에어컨, 선풍기 따위는 없다. 그늘은 시원하지만, 햇볕이 내리쬐는 곳은 덥다. 남반구의 10월 (늦봄-초여름) 아프리카의 태양이다. 목욕 타월이 1시간 30분 만에 다 말라버리는 건조함과 높은 온도가 있는 곳이다. 얼음물이나 마셔야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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