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지나갔다. 미국과 한국은 할로윈 때문에 정신이 없었을 테고, 유럽은 tj머타임이 사라졌기 때문에 파티였겠다. 지난 금요일부터 별일 없이 그냥 여유로운 주말이었다. 별로 많지 않은 환자를 금요일에 보고, 운동하고, 한 달 만에 보급(?!)받은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그랬다.

4주가 지나면 난 더는 까풍아에 없다. 4주 뒤 이 시간이면 남아공 부스터에 있고, 그 다음 주에는 아틀란타에, 그 다음 주에는 댈러스에, 그리고 그 다음 주에는 시카고에 있다. 부르마불 룰렛이 잘 나왔다 XD.

집으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어떤 아이가, 평상시 센터에 계시는 교무님에게 말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 하겠다고 했다. 분명히 말을 전해달라고 했는데, 그 야이기인즉슨, 자기가 학비를 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나보고 대신 내달라는 것이다. (음 그러니까 나보고 내달라는 말을 교무님에게 대신 해달라는 것은 아니겠지?) 어딘가 이상했다. 내 신분과 소속을 밝히고, 난 단지 진료소 의사이니, 센터 전체 담당 교무님에게 내일 와서 이야기하라고 했다. 말을 얼버무리며, 다시 나에게 도와 달라고 한다.

나는 부자고, 외국에 살고, 휴대전화도 있고, 옷도 있고, 신발도 있으니까, 너는 날 도울 수 있으니까, 나보고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다. 순간 나 자신이 움찔거렸다. 이 아이가, 또는 이 동네 사람들이 나를 어떠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난 Future for Africa Children이 속해있는 재단의 사람이 아니기에, 외부의 숙소에서 산다. 그래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이 동네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하고 다닌다. 종종 통화나 이메일 등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아이폰을 손에 들고 다니고, 때로 조깅을 할 때는 옷을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고 뛰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이 이 동네 아이들에게는 사치처럼 보였던 것일까?

아니면 나에게 그러한 말을 서슴없이 했던 아이는, 단순히 나에게서 무언가를 원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던 것인가? 이곳에 있으면서 배우는 것은 단순히 감정과 동정에 의한 일회성의 원조는 하지 않는다였다. 누구나 다 가난하니까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원칙을 가지고, 자립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거나, 또는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조차 없는 고아들을 위주로 돕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도움이나 지원 또는 돈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는 센터 전체 담당이신 교무님에게 이야기를 넘기곤 한다. 물론 그분은 깐깐하시고 이것저것 상황들을 다 보시고 지원을 결정하시기에, 그렇게 쉽게 돈을 얻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나에게 온 것일까.

그 친구가 왜 나에게 그러한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지금 조금은 지쳐 있는 듯하다. 3달 동안 뭐 주말에 쉬기도 하고 읍내도 다녀오기도 했지만, refreshment가 필요하단 기분이랄까- ㅎ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