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브레인이나 최근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신드롬에서 각각 한차례씩 다루며 세간의 화제를 불러 모은 Awake surgery(각성수술). 환자 스스로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상태에서 머리를 열고 뇌를 수술하는 것은 일반인들의 눈에는 꽤나 신기하면서도 위험해보일 것이다.

수술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언론에서는 비밀병기네 신기술이네 하며 굉장한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우리 과만큼은 조 박사님 덕택인지 몰라도 심심치 않게 각성수술을 구경할 수 있다. 그러던 오늘 가끔 바깥에서 구경만 하던 내가 뇌종양 각성 수술의 제1조수로 참여하게 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목 운동을 하다 담에 걸린 치프를 대신하여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투입된 수술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교수님께 '멍청아'라는 소리를 단 두 번만 듣고 무사히 수술을 끝낼 수 있었다. 물론 환자가 각성 상태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최근 수술방 투입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이전에 비해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환자는 정상적인 의식 수준 상태에서 통증 외에는 보고 듣고 말하고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상태로 수술을 받게 된다. 두피를 열고 근육과 두개골, 경막을 절개하는 동안 환자가 통증을 느낄 수 없도록 사전에 부분 신경마취를 시행한다. 물론 머리에 핀이 박히거나 조직을 메스로 가르고 보비로 태우는 느낌은 무두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오늘 수술했던 젊은 여성의 경우 이러한 감각에 무척이나 예민하여 수술하는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종양을 떼어 내는 것보다 우는 환자 달래는 일이 더 힘들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종양이 노출되고 나면, 뇌실질과 종양을 박리하는 과정에서는 통증을 유발할만한 신경이 없기 때문에 무통에 가까운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종양을 제거하는 동안 언어와 운동영역 근처의 뇌실질에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비디오 화면을 보여주면서 끊임없이 환자에게 말과 운동을 시킨다. 이름을 이야기해보라거나 주소, 가족, 심지어 노래를 불러보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좌측 종양이면 우측의 근력을 우측이면 좌측의 근력을 지속적으로 체크하며 최대한 종양이 안전하게 제거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오늘 수술했던 환자 역시 수술 중 갑작스럽게 발생한 말의 어눌함 때문에 앞쪽 경계에 일부 종양을 남겨두고 수술을 종료했다. 각성수술이 아닌 전신마취 수술이었다면 종양이 제거되는 동안 이러한 신경학적 이상 변화의 감지가 불가능했을 것이고, 수술 후 환자에게는 심각한 신경학적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이러한 각성수술은 장시간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환자가 느끼는 정서적 불안감은 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언어장애나 근력장애 등을 최소화 하면서 최대한 종양 조직을 떼어 낼 수 있다는 것 또한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장점이다. 그래서 이 두 가지 문제를 놓고 주치의와 상의한 후 심사숙고하여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각성수술을 원한다고 모든 종양에서 행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종양 등 뇌의 이상병변 중 특히 언어나 근력과 관계가 깊은 위치의 이상병변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TV에 나왔다는 이유로 막무가내로 각성수술을 요구해서는 곤란하다(실제로 소뇌부에 위치한 종양 환자의 경우 드라마에서 봤다며 무조건 각성 수술을 해달라고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 수술한 환자는 큰 문제없이 수술이 종결되어 향후 조직학적 확정 진단이 내려진 후 추가 치료 여부만 결정하면 될 듯싶다. 물론 굉장히 예민한 성격이라 수술하는 내내 울음을 달래느라 필드에 집중할 수 없어 곤란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위 그림은 Functional MRI, 환자에게 말이나 운동을 시킨 후 활성화 되는 뇌의 영역의 신호를 잡아내서 MRI 이미지로 그려낸다. 언어와 우측 손 두 가지에 대해서 검사를 시행했고 주황색 신호로 보이는 부분이 해당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다.

종양의 앞쪽에 언어센터가 있고 뒤쪽에 운동센터가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이는 수술 중에 종양제거 시 정상 뇌조직 손상으로 인한 신경학적 장애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는 검사 중 하나이다.


위 그림은 Navigation MRI, 자동차의 내비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장비로 사전에 촬영한 MRI를 바탕으로 환자의 포지션이 수술 시작 전 수술에 최적화된 상태에서 가상으로 종양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실제 수술 필드에서는 종양과 정상 뇌조직의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이러한 장비의 도움은 써젼이 안전하게 종양을 제거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다. 여기에 뷸렛이라는 장비를 함께 사용하면 종양을 떼어 내면서 앞, 옆, 뒤, 측면 등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각성 수술 중 환자에게 언어장애나 근력 저하 등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발생하였을 경우 현재 수술 중인 위치가 언어센터나 운동센터는 아닌지 확인해 볼 수도 있다.


위 그림은 IntraOP CT, 국내에 두 대뿐인 장비로 10억을 호가한다. 이 장비가 없다면 천생 종양 수술 후 환자를 깨우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영상의학과 CT 방으로 가야만 수술 후 뇌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설사 뇌출혈 등의 문제가 생긴다면 환자를 다시 수술방으로 옮기고 마취를 재차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는 응급 상황에서 상당한 시간 낭비며, 환자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장비를 이용하면 환자가 마취를 깨지 않는 상태에서 수술방에서 곧바로 CT를 촬영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중 발생 가능한 출혈 등의 문제에 대하여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뇌종양 수술에서는 수술 중 반복하여 뇌 CT를 확인함으로서 종양의 전절제를 목표로 가능한 안전하면서도 많은 종양 조직을 떼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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