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계열 파트에 몸담고 있는 인턴들의 최대 난제중 하나는 바로 EKG, 즉 심전도 리딩을 받는 일이 아닐까 한다.
심전도를 찍을 때 대개는 간단한 판독이 같이 나오는데, 판독상  "normal" "otherwise normal" "borderline" 이라고 출력되는 EKG는 그대로 마취과에 제출하면 되지만, 기계 판독상  "ABNORMAL"이라는 문구가 출력되는 EKG는 대개 내과 2년차 이상 전공의에게 판독(reading)을 받아야만 한다. 판독을 받지 않으면 마취과에서 수술방을 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과 전공의 선생님들도 바쁜지라, 인턴들이 환자의 간단한 과거력을 적은 EKG를 들이밀면 대개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물론 본인의 인턴 시절을 회상하며 별 말없이 Reading 해주는 천사 같은 선생님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그리 녹록치는 않다. 가끔 인턴을 활활 불태우는 선생님도 있다. 그래도 reading을 받기위해서 인턴들은 카톡 등의 SNS를 통한 치열한 정보전을 벌이면서 내과 전공의 선생님의 행방을 추적하기도 하고, 친한 병동스테이션에 내과 선생님이 나타나면 콜을 달라고 슬쩍 부탁하기도 한다. 한번은 스테이션에 부탁하고 숙소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려고 옷을 벗는 찰나 연락을 해줘서 바로 탈의 stop 하고 옷을 걸쳐 입은 뒤 병동으로 부리나케 뛰어간 적도 있다. (그리고 음료수를 쐈다)  한 인턴은 전공의 당직실 앞에서 죽치고 기다렸다고 하니, EKG reading 은 수술파트 인턴들의 큰 업무중 하나이며 스트레스이자 짜증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인턴들은 normal EKG를 얻기 위해 온갖 방법을 쓴다. 대표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EKG에 "Normal"이라는 단어가 뜰 때까지 다시 찍는 것이다. 환자가 움직일 때 찍거나 대충 찍은 경우에는 별 문제 없는 사람도 "abnormal"이라고 뜨는 경우가 종종 있어 상당히 성공률이 높은 방법이다. 심혈관계 질환의 과거력이 없는 젊은 사람의 경우 대개 다시 EKG를 찍어본다. 지난번 내과 2년차 선생님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급하게 판독을 받아야 했던 나는 20분가까이 다시 찍으면서 정상 ekg를 얻어낼 수 있었다. 물론 아까 검사했는데 왜 또 하냐는 보호자들에게는 잘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용감한 인턴들은 전공의 선생님들의 필체를 흉내 내어 판독을 위조하기도 한다. 내가 학생시절 들었던 이야기로 EKG 판독을 받지 못한 한 인턴은 동료인턴의 EKG를 찍어 제출했다는 전설도 있다. 난 간이 작은 편이라 행여나 사고라도 칠까봐 이런 방법들은 쓰지 않는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기를 쓰며 정상 EKG를 찍어내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이래저래 인턴은 고달프다. (그러니 고기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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