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했던 이야기 보다 조금 더 심도 있는 내용으로
책에 담아보고 싶었던 것이 생각보다 우리는 서로를 잘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관계가 틀어지는 것에 대해 '그 사람의 잘못' 같이 남 탓을 하기 일쑤이지만 실은 상대를,
 '인간'을 잘 몰라서.뿌리깊은 오해를 가지고 있어서 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오해를 가지고 있는지도 몰라서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거나 관계 발전을 위해 나 또는 그/그녀가 바뀌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사람이나 세상에 대해 일종의 고정관념/편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반적인 믿음(Lay belief)'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념이라고도 하는 이런 믿음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특히
사람과 인간관계에 대한 흔한 통념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지요.

1.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일어나지 않는 편이 관계 유지를 위해 좋다
2. 좋은 친구라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3.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거나 관계 발전을 위해 나 또는 그/그녀가 바뀌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여러분은 이 문장들에 어느 정도 동의 하시나요?
(1 = 전혀 동의하지 않음 / 7 = 매우 동의함) 각각에 대해 한번 점수를 매겨봅시당 :)

이러한 통념들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관계에 대해 어떠한 통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관계 당사자인 본인이나
상대방의 실제 행동과는 무관하게 그 관계를 망치게, 또는 계속해서 잘 유지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첫번째부터 살펴 볼까요.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일어나지 않을수록 좋다?
저도 갈등은 왠만하면 피하려고 하는 편이긴 합니다만..때로는 (특히 서로가 오해로 인해 불만이 쌓인 경우)
언성이 높아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야기를 시작하는 편이 낫더군요.

이렇게 문제를 서로 직면하지 않고 갈등을 피하려고만 하면 문제가 다가 곪을 수 있기 때문에 학자들은 갈등을
피하려고만 하는 태도를 경계하라고 조언합니다. 비슷하게.. 친한 사이에서는 '의견 차이가 나지 않는 게 좋다'라는
믿음이 있는데요..이구동성 퀴즈 하듯 의견이 비슷한 게 관계 유지에 좋다고 흔히 생각하게 되지요.
하지만 연구에 의하면 때로는 친구의 의견이 내 의견과 조금 다른 편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야란 개인의 경험에 국한된 지극히 작고 좁은 것이어서 다른 의견을 접할 때 비로소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특히 문제 해결을 위해 '창의적인'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경우 나와 다른 의견,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제 친구 중 하나는 제가 뭔 얘길 하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며 따박따박 이야기 하곤 하는데ㅎㅎ
덕분에 사실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좋은 양분같이 자극이 되는 친구랄까요 (그드 칭구야)

친한 사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가 왠지 미덕같이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래서 때로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상대방에
 코딱지만한 정보를 주고 '찰떡같이 알아먹어야지'라고 요구하곤 합니다.

하지만 연구에 의하면 이렇게 정보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을 때 '맥락' 같은 여러가지 기타 정보들을
집/해석해서 실제 의도를 '추론'하는 과정은 정보 수집/해석/추론 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들에서
느껴지듯 상위클래스 인지능력
입니다. (에너지-MP-소모가 많은 고급기술이라는 뜻)

매우 귀찮고 힘든 과정이에요.

게다가 상당히 불완전 할 수 밖에 없는 프로세스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라며 설명이 짧은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어마어마한
짐을 던지고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더 본인의 의도를 부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짜증과 오해를 사기 딱 좋겠지요?ㅎ

* 사람들의 의중을 이해하는 것(마음 읽기)의 한계와 잘하는 법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들은 책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았습니다 ;)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거나 관계 발전을 위해 나 또는 그/그녀가 바뀌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무슨 일을 할 때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다'라고 믿는 것과 '노력해도 안돼'라고 믿는 것과 어떤 차이를 불러올까요?

예상하셨겠지만 노력해도 안돼라는 믿음은 조금만 일이 어려워지면 '빠른 체념과 포기를'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믿음은 '끈기와 노력'을 불러오지요. 이는 관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연구들은 노력해도 안돼라는 믿음은 관계에서 지레 겁먹고 도망가게 하거나(심지어 상대방이 나를 좋게
생각하고 있어도) 사람들을 쉽게 떠나보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좋은 사람도 쉽게 놓칠 수
있게 되는 것)

이 외에도
"딱 보면 안다"는 믿음, 이성관계에서 여자는 이렇고 남자는 이래라고 하는 흔한 믿음들이 정말 맞는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넓게 다뤄보았습니다.

저에게도 큰 도움이 된 이야기들이었던 만큼 관계가 쉽게 틀어지거나 상대방의 이런저런 행동들이 이해가지
않았던 분들 '진지한 관계'를 만드는 데 애먹었던 분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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