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의과대학의 비뇨기과 교수님이 환자에게 살해당한 일이 뉴스에 올랐습니다.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생각되며 범인의 자살로 사건은 일단 종결된 양상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 세간에 알려진 것과 제가 들은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발기부전 수술을 해준 적이 없고 발기에 불만을 가진 만성골반통증증후군(Chronic pelvic syndrome; CPPS) 과거 만성 전립선염이라고 부르던 질환 환자였고 몇 차례 외래에서 진료만 봤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전립선염을 Nickel이란 비뇨기과 의사는 "전립선 질환들 중에서 검은 양"이라고 표현했는데, 만성 전립선염 환자의 특성과 비뇨기과 의사의 정신적 고통을 비유한 것이죠. 실제로 Nickel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비뇨기과 의사들은 전립선 염을 치료함에 있어 전립선 암이나 전립선 비대증을 치료하는 것보다 더 좌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죽는 병도 아닌데  만족한 치료결과를 얻기가 힘들기에 환자는 병원을 옮겨다기고, 의사는 환자가 부담스러워지는 질병이죠.

발기부전 환자들 역시 어려운 환자가 많습니다. 본인은 발기가 잘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검사에서는 정상적으로 나오는 경우. 이러한 사항이 법적인 문제와 결부돼있는 경우. 산업 현장에서 있었던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밝혀달라고 하는 경우 등. 때문에 비뇨기과 중에서도 남성의학을 전공하시는 노교수님들 중에는 소송에 휘말려 보지 않은 분이 없으시죠. 소송이 끝나도 학회장까지 따라오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 있어 제도적인 해법이 제시되야 하는데 지금은 의사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일로 치부됩니다.


저 역시 전공의 시절, 환자와 보호자에게 언어 폭력부터 멱살 및 위협을 경험해봤습니다. 그래도 큰 병원에서는 보안요원이 있고 병원 안에서야 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만, 가끔은 황당한 폭행이나 위협/인질 사건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작은 규모의 병원의 야간 응급실 당직에 파견을 나가면, 그런 사례는 더 많습니다. 술에 취해 싸운 환자와 보호자, 조직폭력배간의 싸움 등에 끼어들면 험한 꼴 당하기 쉽습니다.

환자가 사고라고 주장할 때엔 그러한 폭력이 합리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사회적으로 의사와 병원은 강자, 환자는 약자이기 때문에 병원 기물을 파손하거나 의사를 위협하는 일에 대해 법적 대응을 잘 하지 않습니다. 요즘에는 브로커들이 개입되어 개인병원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날부터 진료방해와 기물파손이 시작되고, 합의를 하게 되면 기물 파손비를 따로 깎아줍니다. 믿기지 않죠.

이런 일 겪고 나면 그 병원은 문닫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합의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것도 큰일이지만 인터넷에서는 병원과 의사의 평판이 나빠지고 찾아오는 환자들도 줄어드니까요. 분명 의료소비자의 권리가 더 커지고, 더 많은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는데 대부분의 의사들이 동의하면서도, 주저하는 부분이 있다면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앞으로는 더 휘둘리기만 하는 것이 아닐 까란 생각 때문일 겁니다.

인식이 변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많은 법률가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의료소송에 기존의 대응 방법은 더 이상 옳지 않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병 의원에서 불법적인 업무방해 및 위협, 기물 파손에 대해 합당한 법률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성난 보호자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에 보안요원을 불렀다는 이유로, 보호자들은 우리를 야만인 취급한다고 더 화를 내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저는 안전을 위해 그렇게 교육을 받았습니다만, 보호자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지요. 당시 교수님과 해당 파트 취프였던 저는 그 일로 상당히 오랜 시간 고통스러웠지요. 환자의 암이 악화되어 사망한 것이었기에 의사로써 느끼는 억울함이나, 그리고 한번도 환자와 같이 병원에 와 본적도 없는 처음 보는 친인척들에게 받는 비난, 게다가 그 중 한 사람은 의사였다는 사실까지도 참 가슴 아픈 기억입니다.

이번 계기에 제도적인 보완도 이뤄지고, 인식의 변화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사건에 앞서 고인이 되신 교수님의 동료들의 말에 의하면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병원에서 난동을 부렸지만 병원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의료의 정보에 제한과 사회적인 약자 입장이기에 환자를 더 보호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진료실 집기를 부수고, 진료를 방해하고, 위협하는 일, 사실 관계가 밝혀지기 전에 의사가 죽일 놈이라고 인터넷에 글을 뿌리는 일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일입니다. 고인이 되신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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