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심리학 모임 때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던 내용인 것 같아서 올립니당 :)
우리는 '하드코어 사회적 동물' = 거의 본능적으로 남을 신경쓰는 동물이라는 이야기를 했었지요

(연구 방법에 대해 조금 논란이 있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표정을 따라하거나 손가락질 같은 걸 응시하는
사회적 단서(social cue)를 읽어내는 데에 핵심적인 기본 능력들은
우리 인간에게선 학습이 개입하기 전, 아주 어렸을때부터(생후 1개월) 나타납니다.

이런 예 외에도 수많은 연구들이 우리는 거의 태어남과 동시에 타인이라는 존재를 신경 쓰고 산다는 것들을
보여주고 있지요

그래서 사회심리학자들은 인간에게는 '타인'이라는 존재가 아주 특별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가 타인이 존재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개념(정체성)과 행동에 큰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타인의 시선이 존재하지 않는 사적 공간, 내 방에서는 맘 편히 이러고 있을 수 있지요.
하지만 타인의 시선이 존재하는 직장에서, 학교에서 이러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에요.
있더라도 '개념 없는 인간'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겠지요

이렇게 아무런 시선이 없는 편한 상황의 나를 '사적자아(private self)'라 하고 타인의 시선이 있을 때의
나를 '공적자아(public self)라고 합니다.

이 둘을 굳이 구분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전자와 후자가 과연 같은 인간인가!?? 싶을 정도로 다르기
때문이지요




예컨대 집에서는 1. 생얼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잘 있다가도
나갈 때는 11.번의 '넌 누구냐' 싶은 모습으로 나가게 되잖아요?ㅎㅎ

여튼 그래서 집에서의 나와 밖에서의 나의 간극으로 인해
'나는 앞뒤가 다른 위선적인 인간인가?!!'라는 생각을 혹시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하드코어한 사회적 동물인 이상 어느정도는 다들 그러니 그렇게 죄책감을 가진 필요는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ㅎ

게다가 특히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춰서 행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서양 문화권에 비해
사적자아와 공적자아의 간극이 크고 (혼자 있을 때, 가족이랑 있을 때, 친구들이랑 있을 때, 직장 상사랑 있을 때의
나가 서로 매우 다르다는 이야기) 서양인들에 비해 이런 간극을 잘 견뎌낸다라는 연구(Suh, 2002)가 있습니다.

스스로가 원해서 저런 다양한 가면을 쓰는 게 아니라
'사회가, 문화가 요구해서' 저런 가면들을 쓰면서도 견뎌내며 사는 거니..좋은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요 흠..

뭐 여튼 '나는 내가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다!'라는 고민이 있으신 분들은 본인의 사적자아와 공적자아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있는 것은 아닌지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너무 무리해서 노력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

음.. 파이팅!!ㅎㅎ

* 아 그리고 3/4월에는 책 읽는 라디오에서 인터넷 방송 촬영이 있는 날이군요?
아무쪼록.. 사회심리학에 누가 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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