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충은 길에서 유기견 등을 데리고 들어왔을 때 이상한 벌레를 토해내는 것을 보았다는 경험담도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더라구요. 특히 개회충 같은 경우에는 임신 중, 혹은 수유 중 어미에게서 새끼에게로 바로 전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새끼 강아지들이 약을 먹었더니 똥에서 기생충이 잔뜩 나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게 됩니다. 개회충은 어찌보면 저번주에 이야기한 요충처럼 도시 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기생충이기도 하죠. 대부분의 기생충 감염은 도시화가 진행되고 상하수도 시설이 생겨나면 자연히 줄어드는데 말이죠.

개회충은 toxocara라고 불리는 회충을 닮은 - 하지만 훨씬 작은, 수컷은 5cm 정도 암컷은 10-15cm - 기생충에 의해 일어납니다. 고양이 회충도 친척으로 생김새나 생활사가 개회충과 매우 흡사하죠. 개나 고양이를 최종숙주로 하고 중간숙주는 따로 없습니다. 개회충은 개에서만 성충이되고 고양이 회충은 고양이에서만 성충이 되지요. 생활사는 기본적으로 배설을 통해 체외로 배출된 알을 섭취해서 일어나는 직접 생활사를 보입니다. 어미에게서 새끼로 전파되는 수직감염도 흔하죠. 보통 어미 안에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잠복하고 있던 일부 유충이 임신 중 면역력이 약해지면 다시 깨어나서 태반을 통과해 뱃 속에서 이미 새끼들을 감염시킵니다. 때문에 관리가 잘 되고 있던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들이 감염되어 태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태반을 통한 감염보다는 드물지만 수유 과정에서 모유를 통해 유충이 같이 나와 감염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회충(고양이 회충도 마찬가지지만)은 사람 회충과 거의 동일한 생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변을 통해 나온 알이 적당히 ‘익는데’ 일주일 가량이 걸리고, 이렇게 감염력이 있는 알을 최종숙주인 개가 먹으면 감염이 되지요. 인간이나 다른 동물이 삼키면 부화는 하지만 유충이 장기 어디엔가에 파고들어 숨은 다음 다시 잡아먹힐 까지 기다리죠. 개로 돌아와보면 소장에서 부화해 유충이 튀어 나오고, 유충은 장벽을 파고 들어 혈관을 통해 폐로 옮겨갑니다. 여기서 폐포를 뚫고 나와 기관을 타고 올라와 다시 장관으로 타고 내려가 성충이 되지요. 회충이 왜 이렇게 복잡한 생활사를 거치는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계를 회피하고 성장할 시간을 벌기위함이라는 가설도 있습니다. 혈관을 타고 폐까지 가는 과정에서 일부 유충은 성충이 되는 대신 성장을 멈추고 잠복기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잠복기에 접어든 유충들이 나중에 새끼들을 감염시키는거죠.

인간

앞서 이야기 했듯 중간숙주가 없다고 다른 생물체를 감염시키지 못하는 것은 아닌데, 지렁이부터 바퀴벌레, 쥐, 토끼, 닭, 양, 소, 인간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우연히 감염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숙주에 들어가면 유충 단계까지만 성장하고 개에게 다시 먹힐 날만을 기다리게 되죠. 개가 감염된 고기나 벌레 등을 먹으면 장까지 내려간 유충이 장벽을 파고 들어 같은 생활사를 반복하게 되지요.

특히 양이나 소, 인간의 경우에는 간에 잠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 생간을 통해 감염되는 예가 종종 있지요. 때문에 개회충 감염의 위혐요소 측정에 소 생간 섭취 여부가 꼭 들어갑니다. 대량으로 섭취하지 않는 이상 건강에 큰 위협이 되는 정도까지는 아닙니다만. 그리고 요즘은 소에서도 감염예가 잘 보고되지 않고 있구요. 그리고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사람이 임신 중 개회충에 감염되자 유충이 태반을 통과하여 태아에게 전해진 예가 있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유기견 등을 대상으로 조사된 자료를 보면 감염률은 약 13-4%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사람의 경우 강원도에서 2000년대 초반 조사된 자료가 있는데요, 혈청 양성률이 5% 가량이었다고 합니다. 성인의 경우 감염 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거나 면역반응에 의해 유충이 쉽게 죽기 때문에 현재 감염되어 있는 상태인지까지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개회충은 내장 유충 이행증이나 안구 유충증이라는 증상을 나타냅니다. 보통 기생충은 자기가 원래 감염시키던 숙주 안에 들어가면 길을 잘 잃지 않습니다. 장에 사는 녀석들이면 장으로 들어가고 뇌로 가는 녀석들이면 뇌로 가지요. 하지만 개에 살아야할 기생충이 사람에 들어오면 문제가 생깁니다. 사람과 개의 구조는 다르니까요. 그래서 개에서 하던 행동을 사람 안에서 그대로 반복하면 기생충이 길을 잃고 헤메게 되는 겁니다. 장으로 간다는 것이 간을 헤집고 다니거나 눈 안으로 들어가거나 하는 일이 생기는거죠.

개회충에 의한 내장 유충증은 19950년대에야 겨우 알려졌습니다. 간조직 슬라이들을 손으로 일일히 그려가며 다시 3차원으로 재구성한(50년대에!) 노력 덕분이었죠. 이 당시까지만해도 감염례가 별로 보고되지 않았었지만, 원인이 알려지고 개회충이 생각보다 흔한 기생충임이 밝혀지면서 내장 유충증도 비교적 흔하다는 사실이 나타났죠. 게다가 개회충알은 사람회충알 처럼 저항성이 높고 환경만 맞는다면 수년까지 생존할 수 있습니다. 개를 산책시킬 개똥을 꼭 주워가야 한다는 것이 단순히 미관 문제 뿐이 아니라는 점.

개회충에 의한 내장 유충증은 성인의 경우 별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매우 모호한 증상만 나타나지만, 영유아의 경우 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환경과의 접촉이나 위생, 면역이 약한 1-2세의 영유아에서 감염률이 가장 높은것으로 나타나기도 했구요. 개회충 유충은 몸 속 어느 장기든 나타날 수 있지만, 보통 간에 가장 많이 나타나 - 혈류량이 가장 많기 때문으로 추정 - 간손상이 가장 흔한 증상이지만 드물게 뇌에 침입해 신경계 증상을 나타내고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또 면역기능이 약한 눈에도 종종 나타나는데 감염을 그냥 둘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애완동물의 접촉 보다는 간 생식 등 식습관 문에 감염되는 경우가 더 많기 문에 어린 아이들 보다는 청년-중년층에서 감염이 더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급격한 시력저하가 나타나는 초기 단계에 치료를 받기 때문에 영구적인 시력손상이나 실명은 거의 없는 편이죠. 치료는 우리가 흔히 먹는 기생충약(메벤다졸)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합니다. 물론 유충이 완전히 사라질까지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기는 하지요.
 

이번주 기생충펀팩트 주제가 개회충이므로 배경 이야기를 잠깐.

개회충은 1782년의 기록에도 등장할 정도로 일찌감치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개회충이 사람에게도 감염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한참이 지난 뒤의 일이다. 1947년 필라델피아 종합병원에 두살배기 흑인 아기가 고열, 체중감소, 기침, 구토, 간헐적인 설사, 간비대증, 호산구 증가증의 증상을 보이며 입원했다. 구토가 멎지 않고 배가 계속 부풀어 올라 응급개복술을 시행했는데, 간에서 작은 회색 병변들이 많이 보여 조직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수술 후 아이가 ‘회충 한마리’를 토해낸 후 극적으로 호전되어, 결국 모든 원인은 회충으로 지목되고 말았다. 이후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보고 되었지만 모두 간에서 찾은 유충을 회충으로 진단했다.

1950년, 육군 병리학 연구소에서 안과 질환을 연구하던 연구진은 급격한 시력 감소를 호소하는 어린이 46명의 조직검사 중 24개에서 선충류 기생충의 유충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번 역시도 회충의 유충이라 일찌감치 결론 지어버렸다. 다른 연구자는 구충을 용의선상에 올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당시 장내에만 기생하지 않고 체내를 이동해 다닐 수 있는 장내 선충류는 구충이나 회충 정도 밖에 알려져 있지 않았다. 구충은 유충 단계에서 발바닥을 파고 들어가 장으로 이동하고, 회충은 먼저 부화한 후 장벽을 파고들어 혈관에 들어간 다음 다시 폐로 이동해 장으로 돌아오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1952년, 뉴올리언즈에서 드디어 수수께끼가 풀렸다. 간비대증과 호산구 증가증을 보이며 찾아온 남성의 간조직 슬라이드를 하나하나 그려 3D로 재구성해 - 컴퓨터도 없이 1952년에 - 이 유충이 사실 사람 회충이 아니라 개회충의 것임을 밝혀낸 것이다. 여기까지는 참 열정적인 실험방식이었는데, 이듬해부터 이 열정이 조금 도를 넘기 시작했다. 각각 2,3세에 불과한 정신지체 아동을 대상으로 인체 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200개씩의 개회충 알을 먹여 간비대증과 호산구 증가증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인체 실험은 1959년에 다시 한번 반복되어 개회충의 사람 감염 여부가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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