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원을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죠.

4월의 화원은 무척 싱그럽고, 따뜻하고, 반짝이고, 화려해요.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초록잎들과 알록달록 예쁜 꽃들을 보고있으면,
얘네들을 데려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곤해요.





예전엔 화원을 지나칠때마다,
맘에 드는 녀석들을 종종 데려오곤 했었어요.

하지만, 식물을 더이상 죽이지 않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난 뒤 부터는 더 이상의 화분을 들여오는것이 무리가 되었죠.

과거엔
[화분의 총 갯수 = 현재있는 화분 + 새로 들어오는 화분 - 시들어서 오늘내일하는 화분]
이라는 '화분갯수 보존의 법칙'같은 공식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 화분이 시들어버리는 일도 줄어든데다가, 가지치기를 통해 번식시키거나, 작년에 얻은 씨앗들이 새롭게 싹을 틔우면서 화분의 갯수는 점점 늘어났어요.

이런 상황에서 새 화분을 데리고 오면, 내가 감당해야 할 총량이 늘어나게 되고, 각각의 화분들에게는 예전보다 신경을 더 못써주게 되겠죠.




(제닥엔 화분들이 많아서 4월부터는 테라스가 점점 녹색으로 물들어요.)

화원을 지나치면서 제닥엔 없는 예쁜 꽃들을 데려가고 싶은 충동이 들 때면,

오랫동안 함께 지낸 녀석들을 떠올립니다.

예쁘지만 진딧물이 잘생기는 장미, 향이 좋고 모기도 쫓아주는 로즈제라늄, 너무 쑥쑥 자라서 가지치기를 잘 해주어야하는 행복나무, 봄이와서 꽃을 더 많이 피우고 있는 꽃기린, 요즘 머리숱이 풍성해지고 있는 트리안, 햇빛을 못봐서 꽃을 못피우는 오렌지 자스민, 바깥에서 월동에 성공한 남천 등등

오늘도
'새로운 녀석 탐내지 말고, 제닥에 있는 아이들 조금 더 사랑해줘야지.'
라고 생각하며 화원을 지나칩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물건이든, 혹은 일이든,
감당할 수 있을만큼만 가지고 있어야
충분히 사랑해 줄 수 있는것 같습니다.


by 정제닥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