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하지 않을 수 없는 케이스. 오징어에게 ...당한 사람의 이야기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내장이 그대로 있는 오징어를 통채로 삶다가 간을 보려고 설익은 조각을 내장의 일부와 함께 집어 먹었다. 입에 넣는 순간 마치 벌레에 쏘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고, 그대로 입 밖으로 뱉어 냈다. 먹은걸 그대로 뱉어낸 후에도 입 안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느낌과 통증이 지속되어 응급실로 직행. 입 안을 검사해보자 12개의 흰색 물체가 꿈틀대고 있었고, 응급실에서 주변 조직과 함께 완전히 제거해 냈다.

처음에는 구강 내 고래회충 증이 보고된 적도 있고, 일본에서 상어 촌충(Nybelinia surmenicola)이 구강 내에 박혀 통증을 일으킨 예가 보고된 적도 있어 기생충을 의심했다. 하지만 현미경 상에서 보이는 형체가 일반적인 기생충과는 많이 달라 확인해보니 바로 오징어의 정포(spermatophore). 정액 주머니를 잔뜩 담고 있는 기관이다.

오징어의 성생활은 상당히 독특하다. 짝짓기를 위해 오징어는 정포를 체외로 쏘아내는데, 이 정포에는 정액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몸 안에 정액을 쑤셔넣기(!) 위한 복잡한 기관들이 들어있다. 사정은 물리적인 충격에 의해 - 누군가의 입 안에 들어간다거나, 상대 오징어의 몸에 닿는다거나 - 일어나는데, 사정시 돌돌 말려있던 사정 기관이 정액 주머니를 쏘아내어 몸 속에 박아 넣는다. 여기서 정액이 서서히 스며나오고 알에 가 닿으면 수정이 일어나는 방식이다.

즉 이 분이 입 안에 통증을 느끼게 된 것은 우연히 내장 안에 있던 오징어의 정액 주머니를 입 안에 넣었고, 여기서 쏘아져 나온 정액 주머니가 입 안에 박히게 되었기 때문이다.

Source : http://www.ncbi.nlm.nih.gov/pubmed/2183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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