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분야에 몰두할수록 시야는 좁아진다.  시야가 좁아지면 이해의 폭도 좁아지는데, '전문집단의 권력화와 무지화'는 이런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 현상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학생시절, 국영수와 물리화학등 각각의 과목이 왜 따로 존재하기만 하고 연관성이란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라는 고민을 해본 적이 있었던 듯 하다.  세상은 그렇게 각각의 분야가 서로 스며들듯 감싸안지 못한 채, 경계가 명백한 퍼즐조각이 서로 맞물려 딱딱하게 구성되는 그런 구조인가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오래전의 고민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찾은 듯 싶다.  하나의 분야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막연한 생각은 역시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이런 실제적이고 명쾌한 설명으로 마주하는 답은 정말 반갑기까지 하다.  분야의 중심은 경제학이다.  딱딱하고 어렵기만 한 경제학이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저자는 역사와 사회와 인문, 철학등등의 다양한 분야와 접목시켜가며 설명한다.  거기에 시대적 현실에 응용하는 방식까지 생각하면 정말 간결하고 명쾌하다.  경제학은 재밌고 부드럽고 감성적이기까지 하다.  학문이 인간의 삶을 위해 존재한다면, 학문을 이루는 각각의 분야들은 독립적으로 설 수 없고 인간의 삶을 위해 서로 녹아들고 함께 서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쯤되면, 저자가 말하는 경제학은 무척 따뜻하고 근사하며 간결명료한 재미진 삶의 구성요소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베블런의 진화경제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와 함께 시대현실에 응용하여 이야기하는 경제는 본문에서 직접 만나보도록 하자.  전체적으로 나는 저자의 생각에 적극동의하고 감탄의 마음까지 표하지만 크게 두가지 부분에서 고민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첫번째로 저자는 본문과 댓글토론에서 종종 한국민들의 어떤 사고의 수준(?)을 논하는 것을 언뜻 느낄 수 있었다.  정치사회적으로 그리고 경제학적으로 암담한 결과만을 낳고 그 결과에 스스로 고통에 빠지는 인민의 모습에 근거하여 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이런 부분에서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선거라는 불완전한 제도를 통해 기득세력에 이용당하기만 하고, 결과론적으로 스스로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인민들의 모습을 보자면 과연 인민이란 어떤 존재적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프랑스 인민들을 바라보던 위고와 그들의 혁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말처럼, 인민은 단지 배고픔과 빵으로 움직이는 존재일까?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있어 고민에 빠진채 답을 지니고 있지는 않은 입장에서, 저자인 한성안 교수는 '인민'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둘째, 이 책이 정리된 시점은 이번 대선직전이었다.  저자는 좌파 정당들의 허약함을 지적하면서 최선이 아니라면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심정으로 임한다고 댓글토론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올바른 선택인가 하는 점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일단 우리의 근본적 변화가 어려운 것은 분명한 정치사상적 지점이 없이 나아가는 한발 한발에 방향성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때문이다.  좌의 분명한 현실적 좌표가 존재한다면 우리의 한발 한발은 어느정도의 유연성을 두고서라도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동시에 그런 좌의 현실적 좌표를 구성했던 세력을 무력화시킨 사람들이 혹시 저자가 말한 차선의 선택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참여정부의 온건함은 중도좌파의 흡수와 좌파세력들의 무장해제를 초래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이후의 연장선에서 경기동부로 대표되는 NL계의 초토화는 허약해진 좌파세력의 붕괴를 동시에 유도했다.  과연 저자의 차선의 선택은 '너무도 허약한 좌파세력'들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다시 내용으로 돌아와 이 책은 정말 근사하고 후련하다.  경제학이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느낌도 좀처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면에서는 조금 부족하고 현실비판 위주이기는 하다.  비교대상으로 어떨지는 모르지만 장하준이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조금은 착하게 살아야하지 않나'를 심각한 표정으로 딱딱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면, 한성안 교수의 이 책은 '우리모두가 인간답고 아름답게 살고자 노력하면 우리의 경제도 매우 인간적이고 부드러워질 수 있다'고 온화한 표정으로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의 현실에 대입하여 쉽게 설명된, 인문사회철학분야등을 함께 느끼며 접할 수 있는 경제학의 입문서로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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