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28

 작가 정유정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13.06.27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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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욕망의 서사시

재난영화나 재난소설의 플롯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사람이 이겨낼 수 없는 재난이 다가온다. 그것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일 수도 있고 쓰나미같은 자연재해일 수도 있다. 때로는 좀비도 재난의 한 요소로 나타난다. 재난이 오면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구원자가 나타나 희망적인 메세지와 함께 막을 내리게 된다. 그것이 대부분의 재난소설 스토리다.

‘28’을 읽으면서 내가 기대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인수공통감염질환. 그리고 다섯명의 주인공. 한 마리의 개. 이 개가 인수공통감염질환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겠군. 뻔한 스토리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런 예측을 했던 내가 민망할 정도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여섯 화자는 스스로의 가치관을 위해 살아간다. 그것은 인수공통감염질환이 창궐한 화양이라는 제한된 구역 안에서, 서로 부딪히며 사건을 만들어낸다. 사실 ‘28’은 재난소설이 아니다. 인수공통감염질환이라는 재난은 그저 그들이 처한 상황일 뿐, 이 소설은 개인의 욕망이 얽혀져있는 서사시에 가깝다.

정유정 작가의 장점은 많지만, 방대한 조사와 자료에 기반한 치밀한 묘사는 읽는이로 하여금 소설의 내용이 실제 상황인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수많은 사연들이 엮이고 엮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솜씨도 빼어나다. 읽으면서 하품이 나는 소설도 있지만, ‘28’은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에 놓기 싫을 정도였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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