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항암치료 하고 다음에 CT를 찍어서 암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확인해 봅시다.”

“선생님 CT는 다음에 찍으면 안되나요?”

“무엇 때문에 그러시지요?”

“신문보니까 CT찍으면 몸에 안좋다고 하던데요.”

2011년 3월 일본에서 지진이 나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난 이후 언론사에서는 일제히 방사선 노출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하였다. 방사선에 노출되면 우리몸에 심각한 피해가 나타난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그러면서 언론에 함께 등장한 것이 CT로 인한 방사선 피폭이 심각하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일본산 수산물은 무조건 먹지 않으려 했고, CT도 찍지 않으려 했다. 방사능에 대한 공포는 '의료용 방사선'에 대한 거부감까지 불러 왔다. 의료진이 CT검사나 방사선치료를 권할 때에 정작 환자들은 '원전 사고로 유출된 방사능'과 ‘하얀 밀폐복’을 입은 사람들 먼저 떠올리고 치료를 망설였다.

방사선은 방사선(radioactive rays)은 방사능을 가진 원자에서 발생하는 빛 또는 물질이다. 방사선은 몸을 투과하면 분자와 공명하여 이온화되며 몸속 구조물을 살펴볼 수 있게 된다. X레이 검사나 CT검사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몸 속을 살펴보는 검사이다. 하지만 방사선은 세포나 유전자를 파괴하거나 변형시킨다.

방사선이 몸에 들어오면 방사선으로 인한 과산화물이 세포의 단백질이나 효소, DNA 등에 작용해 이들을 산화시키거나 활성을 잃게 만든다. 세포에 가해진 손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스스로 복구가 가능하지만, 일정 한계량을 넘어서면 유전자에 손상이 오고 세포가 죽기도 한다. 일반적인 노출은 이렇게 인체에 해가 되지만, 이를 잘 조정하여 집중하여 쬐면 역으로 암세포를 죽이는데 이용할 수 있다. 이것이 방사선 치료이다.

방사선은 X레이검사나 CT검사를 할 때만 노출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우주로부터 오는 우주선(cosmic radiation)이나 자연상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에 의해 우리는 항상 방사선에 노출이 된다. 자연상황에서 노출되는 방사선의 양은 일반적으로 연간 약 2~5mSv 정도이다.

CT검사의 경우는 촬영 기법에 따라 8-15mSv 정도 피폭되며 약 8개월에서 3년간 일상에서 노출되는 정도의 방사선량이다. 최근에는 저선량 CT로 흉부 촬영 시의 방사선량을 1mSv 정도까지 낮췄다. CT검사를 받음으로 인한 방사선 노출은 방사선 노출의 위험과 CT검사를 시행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득을 따져 보았을 때, 큰 해를 유발하지 않는 정도의 양이다. CT가 기존 엑스레이 촬영보다 방사선량이 100배 이상 높지만 방사선이 무서워서 CT검사를 안하면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고 이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진다. 모든 검사는 검사를 통해서 얻는 이득과 손해를 따져서 시행여부를 정하게 된다.

방사선 치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암 치료를 위한 방사선의 경우 암 조직에 조사되는 방사선량은 7000~7만mSv에 이르는 고용량이다. 고용량을 쪼여야 암세포가 죽고 암이 치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선 치료로 인하여 정상장기에 대한 손상도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세기조절 방사선 치료(IMRT)가 도입되면서 암세포의 모양에 따라 방사선량을 조절함으로써 정상 장기는 피하는 식으로 더욱 정밀한 치료가 가능해졌다. 방사선 치료 역시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보다 방사선 치료를 통해 얻어지는 효용이 크므로 겁낼 필요는 없다. 간혹 방사선 치료로 인해 2차암이 생길 수도 있는데, 2차암은 그 가능성이 매우 낮고 실제 나타나더라도 10~20년이 걸린다. 즉 방사선치료로 암을 완치한 다음에 10년~20년 뒤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2차암 발생을 두려워해서 방사선치료 자체를 안하면 암치료 자체를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 2차암을 걱정해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결론적으로 방사선이 우리몸에 좋을리는 없지만, 지나친 걱정때문에 암환자가 CT찍는 것을 겁낼 이유는 없다. 모든 검사와 치료는 이득과 손해를 따져서 시행여부를 정하게 되는 것이고, 의료진이 권할 때에는 이득이 손해보다 크기 때문에 권하게 된다. 암환자에서는 CT를 안찍었을 때, 질병 상황에 대해 알수가 없고 치료 계획을 세울수 없어 생기게 되는 손해가 훨씬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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