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아닌 이상 타인에게 주사를 놓는 경험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만, 내 몸에 주사를 맞아본 경험은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 주사를 놓는 것도 경우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는 것도 눈치 채셨나요? 피하주사, 근육주사, 정맥주사 등 약물의 흡수 경로에 따라 분류하기도 합니다. 최근 독감 예방접종을 하다 보니 특히 학생들이 궁금해 할 때가 많아 잠깐 정리해봅니다.



주사를 놓는 것도 아무데나 놓는 것이 아닙니다. 주사 바늘의 크기부터 위치까지 안전성과 약물의 효과까지 고려해 이미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습니다. 만약 보건 및 의료 관련 전문가라면 다음의 PDF를 참고하시는 것이 이 포스트를 읽는 것 보다 더 유익하실 겁니다. 미국 질병 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백신 접종 가이드라인입니다.




48f61575e24659P.pdf



왜 주사 방법이 정해져 있을까요?



백신 접종을 보면 MMR 같은 경우는 피하주사(SC)로 접종하고,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접종이나 DTP등은 근육주사(IM)으로 접종을 합니다. 일부 백신은 피하주사나 근육주사 모두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피하주사라고 하더라도 12개월 미만의 영유아는 대퇴부를 주로 이용하고 성인의 경우는 팔에 주로 놓습니다. 이런 경로가 정해져 있는 것은 백신의 효과가 감소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국소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피하주사하고 근육주사는 어떻게 다를까요?



피하주사는 피하조직(Subcutaneous)에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입니다. 약물은 근육주사에 비해 서서히 흡수되지요. 상대적으로 혈관이나 신경 등의 손상 가능성이 낮습니다.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지방은 몸 전체에 있지만, 넉넉한 피하지방(?)과 접종하기 쉬운 위치인 팔뚝에 어른은 접종합니다. 아이들은 주로 대퇴부에 주사합니다. 피하조직에 약물을 투여할 때는 주사 바늘을 45도로 찌르게 됩니다.



피하주사와 달리 근육주사는 근육에 주사하는 방법입니다. 백신 접종 시 주사하는 위치는 12개월 미만은 대퇴부 앞쪽에 위치한 근육에, 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어깨에 주사합니다. 주사 각도는 90도로 찌르고, 혈관에 약물이 주입될 수도 있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확인 방법은 살짝 음압을 줘서 피가 나오는지 보는 것이죠.







깊게 찌를 까봐 무섭다고요?



접종 방법에는 주사 바늘의 굵기와 길이까지 정해져 있습니다. 이런 가이드라인은 손상을 막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큰 걱정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에도 연구는 계속 되고 있는데요, 특히 소아에 있어 너무 깊게 찔러질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지 연구가 있습니다. 아무리 가이드라인이 잘 만들어져도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 의료의 특수성입니다. 근육량이나 피하지방의 적고 많음에 따라 노련하게 주사해야겠죠.




아나필락시스



잠깐, 주사를 맞기 전에 확인부터 해보세요!



주사 너무 많이 맞아봐서 이런 말씀 드리면 귀찮아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통제할 수 있는 위험인데 간과해서 안타까운 일이 생기는 것을 봅니다. 먼저 혈액 응고에 장애가 있는 선천적 질환(혈우병)이나 항 혈전제를 복용하는 경우 (심 판막 수술, 색전증 치료 등등)에는 근육 주사한 자리에 혈종이 생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혈종이 생기는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고, 이런 사실을 의사에게 알려서 투약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늘을 23 gause 또는 더 가는 것을 사용하고 주사 부위를 2분 이상 압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라텍스 알러지가 있는 경우에도 백신 주사에 알러지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백신 종류에 따라서는 계란을 이용해 만들어서 계란 알러지가 있는 분들은 접종을 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알러지 반응 말고도 때로는 주사 자체에 공포가 심해서 실신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제가 의과대학에서 실습할 때 학생간 혈관 주사를 놓는 중에 바늘이 피부를 뚫자 마자 실신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고 있을지도 ^^;) 대부분 별 탈 없이 회복합니다만, 쓰러져 2차 손상을 받지 않도록 접종 환경을 갖추고 회복하는 것을 의료진이 확인해야겠죠.



사실 백신 접종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치명적인 급성 알러지 반응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입니다. 벌초하다가 벌에 쏘여 응급실에 가는 중 사망하는 것과 같은 급성 알러지 반응인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잘 발생하지 않고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일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없지는 않죠. 백신 접종 중 이와 같은 환자가 발생 했을 경우 응급처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의심되는 환자는 최소한 15분 이상 진료실에서 관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이 있어도 백신을 권장하는 것은 득과 실을 따졌을 때 개인과 사회에 득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위험은 통제 가능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단체 접종? Vs 공동구매?



대형 유통 업체인 마트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유통해서 가격을 싸게 공급해서 소비자는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백신도 이렇게 유통되는 것 같습니다. 아파트 부녀회에서 병원과 가격을 협상해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단체 접종을 하기도 합니다. 보건소에서도 마을회관 등에 나가 줄 세워 놓고 주사를 놓기도 합니다. 환자로써의 인격적인 대우를 가격과 편리함을 위해 포기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치더라도 의학적인 위험에 대비하기 어렵기에 권장되지 않습니다. 통제 가능한 위험을 확률이 낮다고 무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주사 맞은 자리에 열감이 있고 통증이 심할 경우



근육 주사를 맞고 나서 통증은 하루 이틀 정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 국소적인 열감도 동반되고 부어 오르면 얼음찜질과 상비된 진통소염제를 복용해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면 병원에 다시 방문해서 진찰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주사에 대해 이야기하면 참 끝이 없습니다. 누구나 주사에 대한 추억 또는 공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할 겁니다. 가장 아픈 주사가 어떤 것일지도 이야기 나눠보면 재미있겠죠. 다음에 이야기 나눌 것은 남겨놓도록 하죠.



참! 불주사에 대해 물어보시는 분이 종종 있어서 링크합니다. 불주사의 정체는 늑대별님의 '불주사를 기억하세요?'를 참조하세요.



Source :

Vaccine Administartion - CDC

Optimal Intramuscular Needle-Penetration Depth, Willam C. Lippert, BA et al. Pediatrics, 2008;122:e556-e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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