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4월 19일 전 의협회장이 탄핵을 당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은 4월 25일에는 기획이사 법제이사가 불신임 파면되었다. 탄핵과 불신임 사유는정관 제1항 2호와 3호에 관한 위반 혐의로 이는 대의원총회 의결위반 등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위반 하였으며 협회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것으로 이는 100년 의협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현재 전 집행부 측은 탄핵 및 불신임과 관련하여 대의원총회 무효화 소송을 진행 중이며 과거 36대 회장이 공금횡령으로 실형을 받았으나 임기를 마친 전력을 볼 때 37대 집행부와 대의원회와의 갈등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11월부터였다. 그 해 10월 원격의료에 관한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면서1) 의협은 대정부 투쟁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대의원회는 비대위 구성에 대하여 대의원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주장하였지만, 당시 의협은 상임이사회만으로 비대위 구성을 마쳤다. 이후 대의원회는 인준되지 않은 비대위의 권한에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였고 의협회장이 비대위원장을 겸하는 것에도 부정적 견해를 보여왔다. 하지만 12월 15일 전국의사궐기대회의 성공적 개최 그리고 의료 영리화 반대라는 범사회적 연대 안에서 의협의 원격의료 반대투쟁이 힘을 얻으면서 1월 11일 비대위의 인준 없이 꾸려진 비대위는 550명의 의료계 대표자들에 의해 그 권한을 인정받기에 이른다.2)

이런 분위기 속에서 1월 17일 드디어 1차 의정 협의가 시작되었다. 당시 협상팀의 대표는 임수흠 서울시 의사회장 겸 비대위 부위원장 이었으며 한 달여 간의 협상끝에 2월 18일 1차 협상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갈등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1차 협상 결과는 몇 가지의 문제가 있었다. 우선 공식적으로 문서로 만들어 진 합의문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회의 중 오간 구두 합의를 받아적어 정리한 문서에 가까웠다. 또 협의가 이뤄진 29개의 안건에 대한 구체적 이행계획 없이 ‘논의해 나가기로 한다’. ‘추진해 나가기로 한다.’ 등의 모호한 표현이 가득했다. 더 큰 문제는 원격진료와 영리병원에 대한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료 영리화에 대한 범 시민 사회적 반대여론이 의협 투쟁의 강력한 원동력 중 하나였음에도 의정 협의에 대한 여론을 의사 편에 있게 한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가 없자 언론은 즉각 밀실야합이나 밥그릇 싸움이라는 논조의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임수흠 협상단장은 그 문제는 국회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었지만, 노환규 전 회장은 1차 의정 협의안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이 사건은 의협 내 외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3)

이후 의협은 1차 의정 협의 결과에 대한 찬반 의견과 그 결과에 따른 파업 결정을 위해 2월 21일부터 28일까지 전 회원 대상의 온라인 투표를 시행하였으며 투표 결과 1차 의정 협의는 기각되었고 총파업이 결정되기에 이른다. 그 결정은 3월 10일 1차 총파업으로 이어졌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정부는 총파업이 있었던 10일 이후 전향적 입장으로 전환하여 3월 13일부터 2차 의정 협의가 시작되었고 같은 달 17일 2차 의정 협의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1차 협의 결과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구체적 시행계획의 부재를 수정하여 기한을 두고 시행할 것을 규정하였으며, 원격의료와 영리병원에 대한 합의가 포함되었고 그 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선이나 수가 결정구조의 개선 등이 합의되었으나 그 합의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였다. 하지만 의협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며 3월 17일부터 20일까지 2차 의정 협의의 수용 여부와 그 결과에 따른 2차 총파업의 실행 여부를 회원 투표를 통해 평가받기로 하였고 이후 의협 내 갈등은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하였다. 4) 5) 6)

투표에 참여한 회원들은 2차 협상안을 수용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으며 2차 총파업은 일단 유보하고 합의된 구체적인시행안들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전 집행부의 강력한 내 외적 개혁의 드라이브는 성과를 얻는듯 하였다. 하지만 이후 정부의 행보가 발목을 잡았다. 원격의료에 관하여 선 시범사업 후 시행과 시범사업에 의협의 깊은 관여를 약속하였으나 선 시행의 원안대로 국회에 제출되었으며 자법인 설립에 관한 투자 활성화 방안 역시 다양한 보건 의료단체로 구성된 합의체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합의문을 뒤엎고 6월까지 자법인 설립에 관한 규제를 풀겠다는 일방적인 지침을 발표하였다. 건정심 구조 개선에 대한 합의 사항과 다른 취지의 이동욱 정책관의 발언 역시 충격적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의협에 힘을 실어주던 보건의료단체 및 관련 시민사회는 즉각 의협을 비난하기 시작하였으며 역시 지지를 보내고 의료 영리화 저지를 위해 모였던 병협,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등의 연합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7) 8) 9) 10)

당시 의협 집행부에 대한 사회적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자 그간 지켜보던 대의원회의 불만이 점차 수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3월 21이 예고된 임시대의원 총회였다. 당시 안건은 투쟁과 협상에 관한 회무감사, 감사 보고에 따른 사후처리, 그리고 비대위의 구성과 운영 및 재정에 관한 건이었으며 이는 현 집행부의 투쟁을 평가해서 처분할 것이며 현재의 비대위를 심판해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11)

대의원회의 결정에 의협 집행부는 현 상황에 대한 평가를 비대위가 아닌 회원 전체에 묻겠다는 기존의 견해를 재 확인하였고 그 결과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정부의 합의 사항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 총파업을 재개할 것인지에 관한 회원투표를 시행함과 동시에 대의원회의 안건에 대한 전체 회원의 의견을 물었다. 3월 30일 대의원회의 결과와 의협이 시행한 회원투표의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우선 대의원회의 핵심 결과는 비대위 운영과 재정을 결정하는 대의원운영위원회를 두고 그 안에서 비대위를 재구성하며 비대위에 의협회장은 포함하지 않으며 이후 원격의료 반대에 관하여는 새로 구성된 비대위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는 것이었으나 회원 투표 결과는 이와 정 반대의 것이었다. 압도적인 지지로 총파업 재개를 원하였으며 현 비대위에 대한 신뢰나 의협회장 중심의 비대위 체제에 대한 지지역시 상당하였다.11) 12)

당시 집행부로서는 고민이 컸던 것으로 생각된다. 회원들의 뜻에 따르자니 투쟁의 성과물 실현을 위해 당장 이행 추진위원회의 구성이 시급한 마당에 대의원회와 정면 승부를 하면 의협 내 분열로 이어져 합의안의 시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으며 대의원회에 굴복하는 것은 개혁적 성향의 집행부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으로 결국 의협은 다시 한 번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4월 9일 의협 집행부는 사원총회 시행을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하고 그 의제를 대의원 해산과 정관변경(대의원 직선제/대의원과 시도 의사회장 겸직금지/회원총회 및 회원투표의 근거마련)으로 정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구겨진 대의원회의 자존심은 이를 계기로 서운함에서 분노로 바뀌었을지 모르겠다.13)

더 큰 문제는 깊어진 의협 내 갈등만이 아니었다. 현재까지의 성과인 2차 의정 협의안의 시행을 위해선 이행추진위원회가 운영이 되어야 하고 위원회를 지휘할 비대위가 견고하여야 했으나 대의원회의 결정에 따라 현 비대위는 해산되고 대의원회운영위원회에 의해 구성되는 새로운 비대위가 구성될 때까지 지도부의 부재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했으며 그 결과 의협은 전 집행부 중심의 의정 합의 이행추진단과 새로운 비대위 구성을 위한 대의윈회 비대위 운영위원회라는 두 개의 지도부로 양분되었다.14)

동시에 전 집행부의 사원총회 추진 결의와 사원총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결정된 의제들은 대의원회를 벼량 끝으로 몰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사원총회는 비대위의 해산을 위한 총회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대의원회는 당시 의협회장의 탄핵안을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의결할 것임을 예고한다. 4월 14일의 일이다.15)

이후 37대 노환규 회장은 탄핵당하였다. 탄핵되기전 4월 16일부터 19일까지 의협 집행부는 긴급 회원 설문투표를 시행한다. 그 설문에서 노환규 회장의 평가와 탄핵에 대한 의견 대의원회 개혁을 위한 회원총회에 대한 의견 등을 물었고 그 결과를 근거로 보면 노 회장의 지지율은 79% 이상, 탄핵에 대한 반대의견이 92% 이상, 회원총회 다시 말해서 대의원회 개혁에 대한 찬성이 81% 이상 이었다.16)

이후 2차 의정 협의의 시행을 위한 이행추진위원회의 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대의원회에서 구성한다는 비대위는 어떻게 구성되었으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전 집행부의 수장을 대신하여 이행추진위원회를 지휘할 핵심 상임이사들 역시 4월 25일 불신임 파면되었다.

현재 대의원회는 비대위나 대정부 투쟁의 성과를 공고히 하고 원격의료 반대나 자법인 설립반대 등 전체 회원의 지지를 얻어 우선 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 보다는 새로운 의협회장의 선출과 대의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의협회장의 권한을 약화하는 정관개정과 선거권과 피선거권에 대한 선거관리규정을 수정하는데 열심인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PS
시간별로 기술한 굵직한 사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안에는 사실도 있으며 오해도 있고 음모도 있습니다. 우선은 최대한 개관적인 사실만 나열하고 정리하려 하였습니다. 혹여 제 감정이 이입된 내용이 있을 수 있으나 우선 사실만 보아 주시길 바랍니다.


 

참고)
1) 의료법 개정한 입법 예고

2) 30일 임총…노환규 Vs 대의원회 ‘헤게모니’ ..

3) 임수흠 협상단장 vs 노환규 의협회장

4) 2차 의정 협의 결과 설명

5) 주요 내용

6) 2차 의정협의 결과란 이름의 트로이 목마

7) 2차 의정협의 결과에 대한 보건의료노조 입장

8) 복지부의 거짓말?

9) 보건단체 연합의 와해

10) 3월 20일 대회원 서신

11) 3월 30일 임시대의원총회 결과

12) ’의사들 또 파업할까’ 의협 긴급설문 결과는..

13) 사원총회 개회 의결에 관한 브리핑

14) 의사협회 결국…의정협상단-비대위로 양분

15) 회장불진심의 건

16) 긴급 회원설문투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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