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의사로써 사랑니, 썩은 어금니 등 발치로 고민하고 있을 많은 중생들에게 이 글을 바치노니, 부디 이 글을 읽고 어리석음과 고통 속에서 해방 되기를 기원한다. 글에 앞서 발치몽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며 최근 한 달간 썩은 어금니와 사랑니를 연달아 발치당한,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그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지 적어보고자 한다. 단, 상기 노하우는 지극히 의사의 관점에서 작성된 것으로 대한치과협회나 치과의사의 입장과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하는 바이다.



1. 발치의 결정

발치의 결정은 전적으로 치과의사에게 맞기는 편이 낫다. 의사라고 해도 이빨은 본과 3학년 치의학개론에서 열시간 남짓 수강한 것이 전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생략하도록 한다. 첨언하자면 부디 이빨을 잘 닦기만을 바랄 뿐이다. 참고로 발치 전 통증은 잠에서도 벌떡 깰 정도였다.

그간의 기록들,
      아파봐야 안다. 
      MC몽 대단하다. 
      아파봐야 안다. 럼펌펌펌


2. 발치 후 출혈

대개 발치 후에 치과에서는 팩킹 거즈를 주면서 1~2시간 정도 잘 물고 있으라고 한다. 거즈를 입에 물리는 것은 마치 죄인이 되어 재갈을 무는 심정과 유사하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시간을 드라마틱하게 단축시켜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지혈의 방법에는 크게 네가지가 있다. 지혈점을 눌러 강제로 지혈하는 압박, 혈관를 묶는 결찰, 보비 등 수술기구로 태우는 소작, 그리고 약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거즈를 무는 행위는 압박의 일종인데, 치과의 지침은 대략1~2시간 길게는 세시간 가량 거즈를 물고 있기를 권장한다. 물론 구강내 출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혈관에서 출혈이 발생하기 때문에 결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보비 역시 갖춰진 병, 의원이 없으며, 설사 사용이 가능하더라도 통증과 공포, 감염 발생의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남은 하나는 약물을 이용하는 방법. 여기서 소개할 약물은 시중에서 파는 하얀 가루 지혈제 따위가 아니다. 해당 약품을 갖춘 병원이 드물기는 하지만 이비인후과 정도라면 그 약물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 약물은 바로 보스민. 보스민은 주로 응급실에서 멈추지 않는 비출혈(코피)에 사용하게 되는데 그 성분에 에피네프린이 함유되어 있어 혈관을 수축 지혈시키는 작용을 한다. 물론 녹내장 등이 있다면 사용에 주의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랑니 발치 연령대에서 사용의 금기가 되는 기저질환을 갖고 있을 확률은 낮다. 보스민에 적신 거즈를 물고 있으면 10분 내에 지혈 완료. 거즈의 텁텁한 맛과 이를 앙다물어야 하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3. 발치 중 통증

마취주사가 아프다. 하지만 이 통증 역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사전에 마취제 성분이 함유된 크림을 발라두거나 마취제(리도카인)를 적신 거즈를 거치해두는 것이다. 보통 의워네서 점을 빼거나 피부 레이져 시술을 할 때 이 방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주사 통증이 한결 덜 하다. 일단 마취가 되면 그리 아프지는 않다. 매복사랑니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무 느낌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진정한 고통은...


4. 발치 후 통증

...발치 후에 찾아온다. 발치 후 통증에 관해선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하나같이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통증이 시작되는 시기는 마취 약발이 떨어지는 대략 2~3시간 뒤. 슬슬 혀와 입술 주변, 입 안에 퍼졌던 마취의 향기가 줄어들면서부터다. 이 고통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다. 개인적으로 인생 최악의 고통이라 평가하고 싶다. 통증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또한 통증 지속기간도 개인별로 편차가 있다. 대개 일주 정도면 완화된다고 하지만 완화되기 전까지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의사로서 권고하는 바는 일단 마취가 풀리기 2~3시간 전에 병원을 방문하여 진통제를 하나 주사로 맞는 것이다. 진통제는 강도가 셀 수록 좋다. 트라마돌 등 마약성분이 함유된 진통제가 소염기능이 포함된 진통제보다 도움이 된다. 아플 때마다 가서 맞는 것이 큰 도움이 되며, 알 약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강력함이 있다.

약물 복용은 타이밍일 잘 맞춰야 한다. 평소 진통제 계열 약물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품어왔지만 발치 후 복용을 거듭하며서 나는 그들을 믿기로 했다. 약물의 반감기를 잘 계산해야 하는데 대개 하루 3회 복용으로 처방해주므로 8시간 간격으로 꾸준히 복용할 것을 권유하는 바다. 아프면 한 알 더 집어먹어도 된다. 처방 경험 등을 미루어보면 폰탈 계열 약물이(메페남산) 그나마 효과적이었다. 통증이 심하지 않더라도 미래의 고통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미리미리 시간을 잘 맞추어 먹어둔다. 일반적인 진통 소염제로 부족할 경우 병원을 방문하여 울트라셋이나 파마셋, 트라펜 등의 마약성분이 포함된 진통제를 처방받도록 하자. 젊은 나이에서 기존의 진통제와 함께 복용하더라도 큰 이상은 없을 것이다. 약간 어지러울 수 있으나 일반적인 부작용이며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니 안심하자. 앞서 소개했던 리도카인 거즈도 도움이 된다. 물론 리도카인은 병원이 아니며 구하기 힘드니, 의사 선생님께 사정하여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발치 전 약물 복용이다. 의학적으로는 예방적 복용(prophylatic drug)이라고도 하는데 수술 전 항생제 투여가 바로 일례다. 미래에 찾아올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약물 반감기를 계산하여 치과 내원 전에 복용하도록 하자. 이 때 항생제도 함께 복용한다면 감염을 예방하는데 미약한 도움이 될 수 있다.


5. 이후 경과 및 제언

일주 뒤 실밥을 뽑고 나면 대개는 큰 이상이 없지만 통증이 남아있다면 치과를 방문하도록 하자. 그간에 먹었던 음식물과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발치부에서 염증 내지는 감염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음식은 아마도 발치 다음 날 정도부터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발치 전에 양껏 식사를 해두자. 발치 직후에는 음식을 씹기도 힘들고 정작 넘기더라도 무척 고통스럽다. 죽이 도움은 된다고 하지만 개인적 경험에 따르면 차라리 안 먹는고 버티는게 낫다. 이빨을 닦을 때는 반드시 가글링을 통해 발치부도 세척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정말 이를 열심히 닦아서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사랑니 발치라면 어쩔 수 없지만.


6. 정리

지금까지의 설명을 요약해보자.

발치 전 양껏 식사 + 예방적 진통제, 항생제 복용 -> 마취 후 발치 -> 보스민 거즈 물기 -> 이후 곧바로 진통제 한번 더 복용 -> 발치 두시간 후, 마취 풀리기 전 예방적 진통제 주사 맞기 -> 마취 풀림, 하루 금식 -> 시간을 엄수하여 최소 두 계열 이상의 진통제 복합 복용, 부가적으로 통증 악화시 간헐적 진통제 주사, 리도카인 거즈 물기 (일주일) -> 실밥 제거 -> 통증 해방!
출처:사랑니 발치에 관한 입장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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