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몇 달전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된 10개 제약사들에게 약 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제약사는 공통적으로 신규 랜딩과 처방 증대를 위해 현금 및 상품권 지급, 관광이나 회식 경비 지원, 과도한 PMS(시판 후 조사) 비용 지불, 병원 리모델링이나 이전 자금 지원, 검사기계 지원, 광고비 대신 지불 등을 행한 것으로 드러나 이와 같은 처분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10개 제약사가 집행한 리베이트 규모가 총 5천억원을 상회한다면서,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가 약 2조 1,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제약협회는 돈을 준 쪽만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고, 정부도 추후 의료계에 대해서도 칼날을 겨눌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복지부는 리베이트를 많이 제공해 온 의약품의 보험 약가를 인하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리베이트는 분명히 부끄러운 관행이며,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적정 수준보다 높게 책정된 의약품 가격을 낮추는 일도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의약품 리베이트 관행은 우리 의료 제도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로 인해 제약회사나 의료계나 이에 대한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제약사들은 이런 과징금을 가끔씩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의약품 리베이트 관행은 건강보험 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저보험료-저수가-저급여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정부, 의료계, 제약업계가 암묵적 합의에 의해 보험약가를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3저’ 모순이 수십 년 동안 그대로 유지되면서 그러한 관행은 점차 관습화되었고, 그것이 의약분업 실시 이후에도 일부 잔존하고 있는 것이다.





리베이트 문제에 대해 의료계는 우선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비록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됐다 하더라도 이는 떳떳하지 못한 것이며, 이러한 구습에서 벗어나야만 당당하게 구조적 모순의 해결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의사나 병원들이 의약품 선택을 조건으로 제약사들에게 먼저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제약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돈으로 의사들을 현혹하는 저차원적 마케팅에서 벗어나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정부는 리베이트 관행의 뿌리를 스스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보험 약가를 높게 책정한 것도 정부이며, 현실성 없는 기준을 강요함으로써 제약사들의 판촉 활동을 음지로 몰아넣은 것도 정부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계산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공정위가 ‘소비자들의 피해 2조원’ 운운한 것도 부적절한 부풀리기라 여겨진다.





엄밀히 말하자면, 리베이트 때문에 의약품의 보험 약가를 인하할 경우 그 대부분은 수가 인상으로 되돌려져야 한다. 의료 행위의 수가가 원가 이하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 리베이트도 안 된다, 선택진료비도 안 된다, 비급여 진료비 징수도 안 된다 하는 것은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도산하거나 더 음성적인 탈출구를 찾으라는 말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 이글은 청년의사 사설 (2007. 11. 6)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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