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제로 칼로리(Empty Calorie)에 가깝다고 아는 사람들이 많다. 인터넷을 보면 술 자체는 지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술만 먹으면 살이 찌지 않는다는 내용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실은 술도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많이 먹으면 에너지 과잉을 일으킬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은 간에서 효소에 의해 아세트산으로 전환된 후 그 자체가 에너지로 사용되거나 일부에서는 지방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이런 명백한 의학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자체는 살을 찌우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생긴 이유는 뭘까? 알코올이 지방으로 전환되기 힘들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미 결론이 ‘술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나버려서 김이 샜다고? 아니다. 아직 모르는 사실이 있다. 섭취한 알코올 양에 비해 더 살이 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금부터 설명하겠다.

우선 혈액 속에 있는 지방 성분의 출처부터 살펴보자. 평상시에 혈액 속 지방은 98퍼센트가 지방세포에서 분리된 것이고 약 2퍼센트만이 간에서 새롭게 생성된 것이다. 하지만 음주를 하게 되면 평소 지방에서 분해되어 나오는 것은 줄어들고 간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지방이 늘어나게 된다.




간에서 지방으로 전환되는 양은 섭취한 알코올의 5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음주 후에 간에서 만들어내는 지방의 양은 평소에 비해 15배 증가하게 된다. 게다가 평소에는 지방에서 분리되어 나온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는데 알코올을 섭취하면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지방의 양이 50퍼센트가 넘게 감소한다. 게다가 알코올 섭취 후 우리 몸은 혈액 속에 포함된 지방 에너지 사용이 75퍼센트나 감소해서 술을 먹으면 신체의 정상적인 지방 사용을 줄여 체지방이 늘어나게 된다.

안주하고 술하고 함께 먹는 것과 술만 먹는 것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술만 먹는 것이 살이 덜 찐다고 할 수는 있지만, 알코올 섭취는 그 자체 칼로리 이상으로 우리 몸의 체지방을 늘리는 마법을 부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참고문헌>

  • Suter PM, Schutz Y, Jequier E. The effect of ethanol on fat storage in healthy subjects.

  • N Engl J Med. 1992 Apr 9;326(15):983~7.

  • Scott Q Siler, Richard A Neese and Marc K Hellerstein, De novo lipogenesis, lipid kinetics, and whole-body lipid balances in humans after acute alcohol consumption1,2,3,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Vol. 70, No. 5, 928~936, November 1999


작성자 : 김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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