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 컨테이젼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 어떻게 발생하고 확산되는지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베스(기네스 팰트로)’는 발작을 일으키며 돌연 사망하고, 아들마저 같은 증상으로 죽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같은 증상으로 사망하기 시작한다. 일상 접촉을 통해 이루어진 전염은 그 수가 한 명에서 네 명, 네 명에서 열여섯 명, 수백·수천 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전염이 이렇게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퍼진 이유에 대해 감독은 ‘공항’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영화적 발상이었지만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실제 미국의 주요 공항 40여개가 전염병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MIT의 환경·도시공학팀은 최근 ‘PLoS One’에 이같은 모델에 대해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공항 순위를 발표했다. 이들은 여행자들의 휴대폰 데이터와 여행일정표를 분석해 경유와 도착지 변경을 포함한 실제 여행 패턴을 도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염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공항은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 위치한 LA공항과 JFK공항, 그리고 하와이의 호놀룰루 공항이다.

LA공항과 JFK공항의 경우 규모나 경유 항공기 편수, 이용객 수에서 다른 공항에 비해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쉽게 이해가 가지만, 비교적 작은 공항인 호놀룰루 공항이 이들에 이어 세 번째로 전염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는 놀랍다. 미국 전역에서 이용객 수가 가장 많은 애틀란타의 하트필드-잭슨 공항이 8위에 위치했다는 점을 비교해보면 더욱 아이러니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경유 항공기 편수나 이용객 수는 연구결과와 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대신 실제 전염병의 확산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해당 공항의 지정학적 위치, 넓은 비행거리, 이용객 구성 비율, 유동인구 수 등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점에서 미뤄봤을 때 로스엔젤레스, 뉴욕과 더불어 하와이의 경우 아시아와 유럽 등 전세계 모든 지역의 여행객들이 드나들고 있다는 점에서 전염병 발생 확률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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