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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실험실, 집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해

위키피디아 이미지 - 박테리아


그 어느 때보다 자신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로 생각됐던 DIY(Do it Yourself)는 다양한 곳에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무풍지대로 생각하기 쉬운 분야가 바로 과학 연구다. 특히 생명과학 연구의 경우, 다양한 실험장비들과 검체 등을 생각하면 집에서의 연구를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선입견을 깨버린 젊은 청년이 있다.

아일랜드의 캐설 가비(Cathal Garvey)라는 청년은 집에서 세균을 배양하고, DNA를 조작하는 등의 실험을 한다.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암센터에서 연구를 하던 박사과정 학생이었다. 그러다가 여러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했는데, 연구에 미련이 남아 약 4,000달러를 들여서 부모님 집 한 켠에 조그만 연구실을 만들었다.

실험실을 갖춘 뒤 오징어에서 밝은 청색 생물발광(bioluminescent) 세균을 분리했는데, 이 과정을 통해 다시 박사과정 공부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비커 대신에 버려진 도기를, 멸균기 대신 압력밥솥과 가열교반기(hot plate)를 이용하고, 세균을 배양하기 위해 감자를 끓여서 전분 혼합물을 만들었다.

대학과 커다란 연구소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대단히 비싼 재료비로 책정되지만, Garvey와 같은 DIY 생물학자들은 이렇게 간단히 목적에 적합한 것들을 주변에서 찾아내 응용한다. DIY 생명과학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프로젝트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CoFactor라는 회사는 OpenPCR이라는 기기를 599달러에 판매하는데 이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DNA를 증폭시킬 수 있다.

또 3D 모델을 실제로 만들어주는 Shapeways 서비스를 이용해 실험에 필요한 테스트 튜브 홀더 등을 디자인해서 주문하고, 이를 50달러에 판매하는 드릴에 연결하면 간단히 원심분리기를 만들 수 있다. 노키아에서 발표한 41MP 사진기처럼 뛰어난 광학적 특성을 가진 카메라를 가진 스마트폰과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앱들이 앞으로 이들의 실험을 더욱 쉽고도 다양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이런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서 운영하는 공동연구공간 BioCurious가 있다.

그렇지만 취미수준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당분간 그리 쉽지 않기 때문에, 큰 기대보다는 작은 과학혁신의 인프라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한 세균 등을 다룬다면 이 과정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 위해를 줄 수 있는 부산물 처리도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있어야 한다.

Garvey는 아일랜드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 325달러의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하고 유전자 조작을 하는 세균에 대한 연구를 집에서 할 수 있게끔 허가를 받았다. 환경이나 공중에 거의 위해를 가하지 않는 세균들로 연구 대상이 제한됐지만, 이렇게 등급과 관리체계가 있다면 일부의 우려도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할 것이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일부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관련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컴퓨터 지원 설계(CAD) 프로그램인 ‘오토캐드’로 유명한 오토데스크(Autodesk)다. 오토데스크는 대학의 유전공학과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동시에 생명과학자들이 쉽게 유전자를 계산하고 조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세균도 이런 연구에 적합한 것들이 있다. 대학 등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장균(E. coli)은 배양과 대량복제가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냄새도 심하고 배양액이 비싸며, 병원성이 있어서 DIY 연구에는 적용하기 힘들다. 그래서 DIY 생물학자들은 토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비병원성 세균인 고초균(Bacillus subtilis)을 선호한다. 이 세균은 이제 오픈소스 표준 세균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기에 힌트를 얻어서 Garvey는 이 세균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이오테크 회사를 창업한다고 한다.

아직 이런 움직임은 일부 생명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단자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이 일반인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고, 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실험과 발견, 그리고 혁신을 할 수 있는 미래는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정지훈  jihoon.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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