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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도 안 하면서 피만 뽑는 이유

출처 - 위키피디아


병원에서 환자들로부터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는 ‘치료도 안 해주면서 맨날 피만 뽑아간다’다. 이 짧은 문장 하나에도 많은 얘기들이 내포되어 있지만, 여기서는 간단하게 그 ‘매일 뽑아가는 피’의 행방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겠다.

우선, 환자들의 오해와는 달리 병원에서 쓸데없이 피를 뽑아 검사를 하는 경우는 없다. 국내의 열악한 의료 환경과 의료보험 환경으로 인해서 환자가 가진 진단과 무관한 검사는 보험 급여가 되지 않을 뿐더러 반드시 필요한 검사조차도 급여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즉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장에서 쓸데없는 검사를 하게 되면 그 검사는 매번 삭감, 병원 측에서 그 검사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병원도 돈을 벌어야 하는 한 기업임을 생각할 때 불필요한 검사를 하는 것은 이윤을 줄이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더욱이 수련병원에 있어서 불필요한 검사들을 전부 해놓고 그중에서 하나 걸려라, 하는 식의 의료 행위는 의사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권장되지도 않는다. 결국 매일 뽑아가는 피는 다 필요하기 때문에 뽑아가는 거다. 병과 싸우느라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있어 이제 아침마다 채혈해가는 것이 지겹기만 하고, 팔에 혈관 하나 성하게 남아 있지 않는 사람들의 고통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정말 필요해서 매번 검사를 반복하는 거다.

기본으로 실시하는 피 검사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알 수 있다.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피 검사의 항목과 그 내용을 짤막하게 정리를 해놓았지만, 사실 피 검사로 뭘 알 수 있냐는 질문을 받을 땐 난감하다. 간략하게 이 검사 수치는 무얼 의미한다, 그렇게 설명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 수치가 변하는 데에는 수십, 수백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백혈구 수치가 증가하는 것은 염증 때문일 수도 있지만, 탈수가 있는 경우도 가능하고, 항암제를 맞고 있는 환자에서 백혈구 생성을 증가시키는 약을 맞았을 경우에도, 그리고 백혈병인 경우에도 가능하다. 검사를 시행함에 있어 나름대로 의심되는 결과가 있기 때문에 검사를 시행하지만, 그 결과는 단정적으로 설명을 하거나 혹은 피 검사 자체가 일반적으로 무얼 의미하냐는 질문은 참 대답하기 어렵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의학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피 검사 수치 하나하나에 연연하는 것 또한 의미가 없는거다.

그런데 이런 검사들의 경우, 단편적으로 한 수치의 절대적인 값도 중요하지만 그 값이 어떠한 추세로 변화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간 수치가 500으로 증가했다고 가정하자. 그 수치가 100이었다가 500으로 증가한 것과, 600에서 500으로 떨어진 것 중 어느 것이 더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또 어떤 경우가 더 주의 깊게 원인을 찾아야 할까? 간 수치가 증가한다는 건, 점점 간세포가 파괴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간세포의 파괴가 증가하는 추세인지, 감소하는 추세인지를 아는 것은 치료의 방침을 아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그 ‘매일’ 피를 뽑아가는 이유다.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하고 있다면, 치료의 반응에 따라서 피 검사 결과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확인을 해야 지금의 치료가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앞에서도 잠시 얘기했지만, 이들 수치를 변화시키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의사들이 하는 공부의 절반은 각각의 검사와 그 검사가 가지는 의미, 또 다른 절반은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아도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면 각종 검사의 결과를 명확하게 해석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을 정도로 검사는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있다. 간혹 병원 생활을 많이 한 사람들은 자신의 피 검사 수치를 일일이 기억하고 있다가 조그만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또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단편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리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정말 변화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가장 먼저 즉각적으로 조바심을 낼 사람들은 그 검사를 진행할 의사들이니까.

작성자 :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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