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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자살 막지 못하는 무능력한 의협 집행부
흔히 ‘계급장 떼고 한번 붙어보자’는 말을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보건의료계도 마찬가지죠.





청년의사는 신년 특집으로 ‘脫章 Talk’ 를 통해 말 그대로 계급장 떼고,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털어놓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이름도 안 나가고 고료도 없지만, 보건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글을 보내오셨고요, 앞으로도 계속 투고를
받을 예정입니다. ‘짧게 써 달라’고 부탁했지만, 다들 기대(?)보다 긴 글을 보내왔습니다. 그만큼 가슴 속에 쌓인 말들이
많았나 봅니다.





앞으로 이러한 지면을 부정기적으로 계속 마련할 예정이고, 혹시 보시고 동참하시고 싶은 분은one97@docdocdoc.co.kr
청년의사 앞으로 이메일을 보내시거나, 헬스로그를 통해 싣고 싶으면 gamsa@gamsa.net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단,
최소한의 사실 확인 등의 절차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본인의 연락처는 남겨주셔야 합니다. <청년의사 편집부>



* 독자 투고 내용은 청년의사나 헬스로그 논조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의사들의 절망...





최근 서울 강남에서 내과병원을 운영하는 40대 여의사가 이틀 연속 자살 소동을 벌인 일이 있었다.





일반 국민들이야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것이고, 메이저 언론들 역시 해프닝 정도로 취급하거나 아예 보도 자체를 하지 않았지만 의사 사회에서는 또 한 차례 파문이 일었다.





이번 일은 그저 소동으로 끝났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자살을 놓고 고심하고 있을 의사가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 의사의 자살이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닐 정도로 그간 의사의 자살은 빈번하게 벌어져 왔다. 2008년 한 해만도 10건이 넘는 의사 자살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막을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은 왜 잘 나가는 의사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으로 치닫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땅에서 의사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그 사정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근래 일어났던 어느 중년 의사의 자살 사건 소식에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오른 댓글이 모든 의사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나이는 자꾸 먹고, 배는 나오고, 머리는 벗겨지고, 아이들은 커서 돈 많이 들어가고, 부모님은 연로해서 병치레가 잦고, 주위에 점빵(의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수가는 줄고, TA, 산재도 줄고, 수술은 아예 없고, 물가는 치솟고, 지출도 자꾸 늘고, 따라서 빚도 자꾸 늘고, 노후대책은 막막하고…. 에라, 살아서 뭐하니, 뭐 이런 심정…, 90%는 알것소….”





이 넋두리가 요즘 의사들의 현주소 그대로다. 요즘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는 의사들은 이런 저런 인터넷 사이트에서 “심평원에 가서 불이라도 싸질러버리고 싶다”는 울분을 거침없이 토로한다.





그걸 보노라면 그 절박한 심정이 전율이 느껴지도록 가슴에 와 닿는다. 나 자신이 그런 범주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앞날에 대한 아무 희망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막막하고 앞이 캄캄하다. 천 길 벼랑 위에서 위태롭게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려 문득 소스라치듯 놀라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다가 나 자신도 자살이라는 극단으로 달려가고픈 충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두렵다.





의협에 대한 실망





이런 현실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회장이 최근 그간의 업적을 평가받고 싶다며 내년 3월 있을 제36대 의협회장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고 한다. 그 소식을 접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느끼며 내가 왜 이렇듯 마음의 여유를 잃고 삭막해졌는지 씁쓸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기야 그게 어디 나 혼자만의 일일까. 오늘을 살아가는 이 땅의 의사라면 일부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그런 심정일 것이다.





의사들이 척박한 의료 환경에서 사회적 존경은커녕 최소한의 경제적 보장도 받지 못한 채 자살로 내몰리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 분노는 의협지도부로 향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의협 지도부가 한 일이 뭔가? 회원들이 죽어 나자빠지고 있는데 의협 지도부는 그동안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가? 회원들과 고통을 함께 하지는 못할망정 진정으로 그 고통을 알기나 하는 가? 그런 원성이 쏟아져 나올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의협 인터넷 홈페이지 플라자, 혹은 의사들만의 전용공간에 들어가 보면 그걸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주수호 집행부는 사실 의사들의 참담한 현실을 타개하는 데 기여하기는커녕 그 단초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회원들을 실망시킨 것은 정치적 역량이 모자랐다는 점이다.





회원들은 주수호 집행부가 정치력을 발휘하여 우리의 척박하고 열악한 의료 환경과 개원가의 고통에 대해 정부 및 국회와의 교감을 이끌어 내기를 기대했다. 그렇게 해서 근본적인 문제는 당장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개원의들의 숨통을 틔워주기를 바란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애당초 섣부른 것이었다.





주수호 회장은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정치권과 갈등양상만을 노출시켰다. 그건 누가 봐도 어리석은 짓이었다. 플라자에 보면 혹자는 의사들의 자존심을 세웠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회원들은 자존심은 자존심대로 구기고 실리는 실리대로 잃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주수호 회장은 단지 회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데에만 더 신경을 쓴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건 다분히 차기 의협회장 선거를 의식한 것이었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주수호 지도부의 정치적 역량 부재가 가져온 결과는 참담했다. 최악의 수가인상이 그것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내년도 의료수가 인상률 2.1%는 수가인상 요인이 더 적었던 약국의 2.2%보다도 오히려 낮은 것이다.





개원의들이 생존이냐 폐업이냐의 기로, 아니 거기서 나아가 일부는 생사의 갈림길에 선 것과는 달리 약국들은 여유만만하다. 알 만 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러니 원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주수호 집행부는 이런 결과를 낳은 데 대해 마땅히 전 회원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 주수호 집행부는 모든 탓을 공단과 건정심으로 돌렸지만 면피용일 뿐이다. 수가협상이 어차피 정부의 일방적 강요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정부를 설득하지 못하는 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몰랐을 리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치력을 발휘해 정부를 설득시키지 못할 바에야 강경투쟁을 통해 정치적 힘을 얻는 길로 나갔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전략전술도, 정치력도 없었던 집행부 자신을 탓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반성하기보다는 업적을 평가받아보겠다고 다시 회장 출마를 선언한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회원들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이럴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이게 우리 의사들의 현주소라는 점에서 모든 회원들이 부끄러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주수호 지도부의 더 큰 문제는 비전을 제시할 철학도, 신념도, 능력도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제가 본질적으로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모르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니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알 수 없다.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건 그래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모든 문제는 우리 의료가 중앙집권적 관료주의체제 하에 있는 데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건 국가 단일보험자 독점구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 의료기관은 국가의 집행기관인 보험공단의 통제를 받으며 모든 것을 감시받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버렸다. 그 대표적인 게 현지조사다.





현지조사를 한번이라도 받아본 사람이라면 그 폐해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선 현지조사가 나오면 병원에서 대기 중인 환자들은 마치 이 병원에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런 의심의 눈초리를 마주할라 치면 낯이 후끈거려 환자들 보기가 민망하다. 그런 일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낭패감을 알 수 없다.





수가협상이 말로만 협상일 뿐 사실은 언제나 정부의 일방통행 식으로 끝나는 것도 국가 단일보험자의 독점 구조의 산물이다. 의료기관은 늘 당하기만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수가협상에서 “페널티” 운운하는 말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문제의 본질이 이런데도 그간 의협 지도부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기울여 오지 않았다. 그건 비단 주수호 집행부만의 일이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주수호 집행부 역시 역대 집행부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다른 게 있다면 좀 더 무능력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니 투쟁을 기대할 수도, 정치력을 기대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의료공급기반 자체가 무너질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그걸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의사들의 아우성을 집단이기주의로만 이해하려 든다. 그리고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한 이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우리의 의료 현실을 개선해 나갈 수 없다.





이를 위해선 확고한 신념과 그 신념을 떠받치는 철학, 그리고 회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지도부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의료가 살고, 국민 건강도 지킬 수 있다. 주수호 집행부 자신은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스스로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고자 -서울의 한 개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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