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블록체인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원본 데이타에 대한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해 무결성이 보장되는 차세대 인터넷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해당 기술은 10년도 채 되지 않았고 광풍에 따른 각종 부작용도 보고 되고 있어 의료적 기준으로 봐서는 완벽한 임상을 거친 제품으로 보기에는 힘들다고 할 수 있겠다. 

블록체인이 뭔가 가만히 따져보면 인터넷에 문외한인 일반인이더라도 이게 과연 이렇게 흥분할 만한 것인가 의문이 드는 점들이 있다. 블록체인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적 요소를 아주 무식할 정도로 단순화시킨다면 'P2P를 통한 암호화된 트랜잭션(거래,데이타의 이동)'이다. 그런데, P2P(개인 컴퓨터 간 인터넷 통신, Peer to peer의 줄임말)는 19살의 숀 패닝이 1999년에 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냅스터를 만들며 이미 알려져 있던 기술이고 디지털 암호화 자체도 블록체인을 통해 좀 더 복잡해졌겠지만 전혀 새롭게 탄생한 개념은 아니다. 그러므로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은 사실 아무도 생각할 수 없으리만큼 창조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그동안의 통념으로 볼 때 상당히 투박하고 거추장스럽기까지 한 느낌을 들게 한다.

왜 그런가 하면 일단 블록체인이란 모든 사람들이 암호화된 데이타를 똑같이 혹은 나눠서 보관해야 데이타 무결성이 보장된다는 개념이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신격화되버린 지금에야 기발하다고 보일 수 있겠지만 그 옛날 386, 486 이란 숫자로 대표되는 CPU가 존재할 때 만일 이런 P2P프로그래밍을 하자고 했다면 정신이 나갔다고 했을 거다. 왜냐하면 데이타는 강력한 성능의 하드웨어와 보안장비로 중무장한 중앙기관이 관장하고 이 중 원하는 것들만 필요한 개인이 액세스하는 시스템이야 말로 더 효율적인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해 내가 물건을 사는데 그냥 나와 상인이 거래(트랜잭션)만 하면 되는 건데 왜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 이걸 알려야 물건을 살 수 있는가 하는 말이다.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일까 하는 질문은 하나마나한 것이다.

이렇게 얘기를 끌고 가면 당연히 2000년대 세계 금융위기와 중앙집권적인 금융시스템의 비효율성, 위험성에 대한 얘기로 이어질 것이고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이 밝힌 비트코인이 나온 배경을 설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굳이 블록체인을 평가절하하는 내용으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이제 개인들이 냉정을 되찾고 차분한 시각으로 블록체인을 바라봤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지갑, 채굴 같은 디지털 신조어와 추상적 개념이 시장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땀흘려 일한 사람들의 노력이 더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또한 블록체인은 비트코인만이 아닌 다양한 산업으로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것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 보이며 의료분야와 만난 블록체인은 어떤 모습일까 다음과 같은 상상을 해보게 된다. 

무결성이 보장되어야 할 민감정보인 의료관련 정보를 프라이빗한 블록체인으로 만든다면? 그리고 개인의 의사에 따라 이를 필요한 의료기관에 막바로 전달할 수 있다면?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개인병력이 담긴 의료정보를 강력한 보안매커니즘을 통해 병원간에 원활히 교류할 수 있게 한다면?  

사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이미 미국에서 몇차례 연구된 바 있고 다음 기사에서는 미국 국가 보건 정보 기술국(ONC)이 고민하고 연구했던 블록체인을 이용한 의료 정보의 보호, 관리, 교환 방법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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