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애플사는 미국의 장기기증 회사인 Donate Life America(미국생명기증)와의 협약을 통해 iPhone의 ‘건강’ 앱에서 바로 장기, 눈 및 조직 기증을 위한 등록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간단한 신청 절차를 통해 몇 번의 탭만으로 기증자의 정보가 Donate Life America에서 관리하는 국립 장기기증 등록소(National Donate Life Registry)로 바로 보내진다.

Donate Life America의 총재 겸 CEO 데이비드 플레밍(David Fleming)은 “유효 장기 기증자 대비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의 수가 훨씬 많아, 미국에서는 평균 1시간에 한명씩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고 있다. 한명의 장기 기증자는 최대 8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에 큰 한걸음을 내딛는 격”이라고 말했다.

장기기증 절차가 복잡하고 기증에 대해 보수적인 한국인의 입장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장기기증자로 등록이 된다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회사인 애플이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숨겨진 비화가 있다. 

애플의 CEO인 팀 쿡은 AP와 가진 인터뷰에서 해당 앱은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바 있는데 2011년에 췌장암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잡스는 2009년 교통사고로 죽은 한 20대 청년에게서 간을 기증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간 이식을 받기 위해 캘리포니아를 돌아다녔지만, 이식받을 수 있는 간은 충분치 않았다"면서 주치의가 캘리포니아보다 간 이식이 원활한 테네시주 멤피스의 장기이식 프로그램에 등록할 것을 권했다고 전했다. 

다행히도 간 이식을 받고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던 잡스는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의 루실 패커드(Lucile Packard)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장기기부운동 행사에서 "한해 400명 이상의 캘리포니아 시민이 간 이식을 기다리다가 죽어간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한바 있다.

1998년에 잡스의 추천으로 애플에 입사하게 되었고 마침내 애플의 CEO 자리에 오르게 된 팀 쿡. 엄청난 특혜 아닌가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애플은 PC판매에서 방향을 잃고 위기에 처해 있던 상황이었고 팀 쿡은 컴팩에서 북미총괄 책임을 맡고 있던 이른바 잘 나가던 인재였기 때문에 사실 그의 등용은 모셔오기에 가까왔다고 한다.

뛰어난 실력으로 비효율적이었던 시스템을 개혁하며 애플의 신화를 써내려 가던 중 자신을 이끌어 주었던 잡스가 병마에 시달리게 되고 어느 날 그에게서 '이제 당신의 애플을 만들라'는 말을 전해듣게 된다. 잡스와 다르게 영감과 카리스마로 일을 하는 스타일이 아닌 철저한 경영인으로 소문난 팀 쿡은 새벽 네시에 일어나 한시간 운동을 하고 거의 취미도 없이 사는 워커홀릭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로봇과 같이 일하는 그가 '건강앱'에 넣은 장기기증 메뉴는 스승인 스티브 잡스에게 바치는 오마주로 비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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