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구의 27%에 해당하는 20억명 정도가 가지고 있는 '빈혈'. 

크게 아픈 곳은 없지만 저산소증처럼 서서히 어지러움, 피로감, 쇠약감, 근무력감 등이 나타나고 조금만 운동을 해도 가슴이 뛰고 숨을 몰아쉬게 된다.

빈혈은 혈액 중 적혈구 또는 적혈구 내의 혈색소(헤모글로빈)가 건강한 사람보다 감소한 상태를 얘기하는 것으로 편식이나 과도한 식이 조절로 철분이 결핍되며 발생할 수도 있고 골수기능저하, 엽산결핍, 임신, 암이나 자가 면역 질환, 만성 신부전 같은 질환으로 인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빈혈이 있으면 얼굴색은 물론 입안의 점막, 입술, 눈의 결막, 손바닥, 손톱 등이 창백해지며 피부의 탄력이 없어지거나 모발이 거칠어지고 특히 손톱이 잘 부서지거나 뒤로 젖혀지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현상 이외에도 빈혈이 치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개별 관찰 연구 결과들이 있었는데 산소 공급이 줄어 뇌세포에 영향을 주거나 철분이 모자라 신경전달물질 합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한 연구들이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양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의 김홍배 교수 연구팀과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심재용 교수 연구팀은 1997~2017년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총 16편의 관찰 역학 연구를 종합 분석해 빈혈과 인지 기능 저하와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빈혈을 가지고 있다면 치매와 같은 인지 기능 저하가 생길 위험성이 높으며 성인, 특히 노인의 경우 빈혈의 범주 안에 들어가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메타분석 결과, 빈혈이 있는 사람은 해당 질환이 없는 사람보다 인지 장애, 치매의 위험성이 각각 51%, 59% 높았고 특히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도를 2배에 가까운 91% 증가 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결과는 성별, 나이, 연구 기간과 참여자 수, 연구의 질적 수준‧디자인(환자-대조군 연구‧코호트 연구)별 세부 그룹 분석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으며 교육 수준, 심혈관 위험도, 흡연・음주 상태, 신체 활동 정도, 유전적 취약성 등을 고려하였을 때도 결과에는 변화가 없었다.

연구 제1 저자인 명지병원 김홍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개별 연구를 종합한 첫 연구로 빈혈은 경도 인지 장애뿐만 아니라 치매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빈혈과 인지 장애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생물학적 기전에서 빈혈은 뇌로의 산소 공급을 불충분하게 함으로써 치매를 포함한 인지 저하를 가져온다는 가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빈혈은 인지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염증이나 심장 질환, 신장 질환 같은 건강 악화 상태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빈혈이 치매 예방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데 김 교수는 “빈혈 중 어떤 특정 종류에 한해 인지 저하가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빈혈에 얼마나 오래 노출되면 치매 발병 위험과 연관이 생기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동시에 빈혈 상태가 개선되었을 때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향후 연구의 주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급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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