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뇌전증 약물치료로 70% 이상 발작 없는 일상생활 가능

잘 놀던 아이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지켜보는 가족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아이는 온몸 또는 팔다리의 일부가 굳어지거나 규칙적으로 떠는 증상을 보인다. 또는 멍해지거나 청색증 등을 보이기도 한다. 소아뇌전증을 의심할 수 있다.

뇌전증은 특별한 원인 없이 나타나는 비유발 발작이 24시간 이상 간격으로 2회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또 비유발 발작이 1회만 있어도, 발작이 재발할 확률이 60% 이상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 뇌전증으로 진단한다.

발작은 전신이나 일부분의 경련부터 감각이상까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대발작의 경우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 전신이 뻣뻣해지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입술과 몸에 청색증이 나타난다. ‘거품을 문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입안에 다량의 분비물이 발생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를 보면, 2019년 뇌전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질병코드 : 뇌전증 G40)는 모두 14만3,721명이었다. 이 가운데 20세 미만 소아뇌전증 환자는 3만168명으로 전체 환자의 20%를 차지했다.

소아뇌전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선천적인 뇌의 기형과 유전적 요인, 뇌 손상, 뇌종양, 중추신경계 감염 후 뇌의 손상 등에 의한 구조적 이상, 대사 질환, 면역 질환 등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원인들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기전이 명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비유발 발작이 처음 있었던 환자에서 발작이 재발하는 확률은 2-3년 이내 23~80%에 이른다. 재발 후 세 번째 발작이 발생할 가능성은 79~90%로 매우 높다. 비유발 발작의 경우 발작이 두 차례 이상 재발하면 뇌전증으로 진단한다.

비유발 발작이 한 차례인 경우라도 뇌파나 뇌 영상에 이상이 있거나 재발 가능성이 높은 뇌전증 증후군이 의심될 때는 뇌전증으로 진단하고, 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항뇌전증 약물치료는 발작의 재발 가능성을 낮추고 발작과 관련된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발작은 신체‧정신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발작과 관련된 신체적 위험요소는 사망, 신체손상, 교통사고, 뇌손상, 이차뇌전증 발생 등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발작을 할 경우 학교생활 위축과 스포츠 활동 등의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발작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직도 원인을 찾지 못하거나 원인에 따른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의 발전 등 다양한 진단적 기법으로 원인을 찾아서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뇌전증으로 항뇌전증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의 약 70%는 2년 이상 발작이 없는 발작 관해 상태에 이르고, 관해 상태를 유지하면 약물을 중단할 수 있다. 소아 뇌전증 환자도 마찬가지로 적어도 2년 이상 발작이 없는 관해 상태가 유지될 때 항뇌전증약 중단을 고려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윤송이 교수는 “약물 중단 방법은 급격히 중단할 때 금단 발작의 위험이 있어 6개월 이상경과를 보면서 서서히 감량하여 중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약물 중단환자의 약 20%에서 재발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뇌전증 전문의와의 긴밀한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전증 환자의 생활수칙>

1. 환자의 보호자는 발작에 대한 응급 대처법을 숙지해야 한다.

일단 발작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환자의 몸이나 고개를 옆으로 돌려 호흡을 안정시켜야 한다. 혀를 깨물고 있다면 손수건이나 손을 입에 물려 손상을 방지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대로 둔다. 수분 이내에 발작이 멈추지 않는다면 119 신고로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한다.

2. 수영‧등산‧자전거 등 사고 위험이 높은 상황은 피하는 것이 좋다.

뇌전증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 정도는 대부분 경미하다. 하지만, 익사와 같은 사고사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수영은 혼자 하지 않게 하고 등산과 같이 높은 곳에 오르거나 교통사고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곳에서 자전거 타기와 기계를 이용한 작업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3. 규칙적인 수면이 중요하다. 불규칙한 수면 습관은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4. 학습‧운동‧단체생활 등을 제약할 필요는 없다.

적절한 운동은 오히려 발작을 줄이고 뇌파를 호전 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다만 증상이 발생했을 경우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 놓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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