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국내 A형 간염 대유행…B형 간염 보유자 위축될 필요는 없어

KBS 드라마 <전설의 고향>은 호러물의 레전드(전설)다. 서양에 드라큘라가 있고, 홍콩에 강시가 있었다면, 한국에는 <전설의 고향>이 1980~1990년대 전국민의 최애 드라마였다. 해마다 무더운 여름이 오면 <전설의 고향>에서 하는 오싹한 납량특집을 은근짜 기다렸다.

공동묘지를 배경으로 처녀‧총각귀신이 출몰하고,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 신임 사또의 꿈에 나타나 억울한 사연을 풀어달라고 하소연한다.

<전설의 고향>의 백미는 구미호(九尾狐)다. 구미호는 당대 톱스타 연기자들이 가장 맡고 싶어하는 역할이기도 했다. 한혜숙‧박상아‧송윤아‧노현희‧한은정‧김태희 등이 리메이크된 <전설의 고향>까지 시간차로 구미호 역할을 맡았다.

신통력을 가진 꼬리 아홉 달린 여우인 구미호는 남자를 홀리는 매력 끝판왕 여인으로 변신술을 부린다. 팔도에서 유명한 포수들도 구미호를 잡으려고 덤볐다가 오히려 잡아 먹히기 일쑤다.

남자들은 구미호에 홀리는 순간 간을 빼먹혀 죽는다. 구미호는 남자의 생간 100개를 먹으면 사람으로 환생한다. 사람 몸에 간 말고도 여러 장기가 얼마든지 있건만, 구미호는 왜 하필 간에 집착할까?

아무튼 구미호가 여인으로 환생했다는 소식은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일설에는 구미호가 먹은 생간이 ‘간염에 걸린 간이 아니었을까’란 추측만 무성하다. 웃자고 한 소리다.

간염은 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찾아낸 순서에 따라 A부터 이름이 매겨진다. 사람 혈액형이 아니란 말이다. 현대의학은 A형 간염부터 시작해 G형 간염까지 모두 7개 간염 바이러스를 찾았고, 질환에 이름을 붙였다. 이 가운데 A형‧B형‧C형 간염이 임상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A형 간염은 후진국형 질환이다. 간염 바이러스가 먹는 음식과 마시는 물 등 비위생적 환경에서 입을 통해 들어와 걸린다. 온도와 습도가 높아 바이러스 증식 조건이 좋은 여름에 창궐한다. 일식집 도마와 칼 등에 바이러스가 입으로 들어오면 A형 간염이 급성으로 생길 수 있다. 항체가 없으면 여름엔 A형 간염을 조심해야 한다.

A형 간염이 2009년 국내에서 대유행했다. A형 간염의 연간 환자 수는 300여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8년 약 8,000명으로 비약적으로 늘었다가 2009년에 들어서 1만5,000여명이 감염됐다. 그해 15명이 급성 A형 간염으로 사망했다.

의학계는 당시 대유행 원인으로 1970∼1990년대 출생자의 낮은 A형 간염 면역 수준을 지목했다. 1960년대 출생까지는 어렸을 때 자연 감염으로 인한 면역 획득이 활발했지만, 1970년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출생자들은 위생 수준 향상으로 오히려 면역 수준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A형 간염은 초기 증상이 감기몸살과 같다. 그러다 황달이 오면서 급격히 나빠진다. 급성감염이다. 볼거리와 뇌수막염‧고환염이 부작용으로 온다. 볼거리는 법정 전염병이다. 2009년도 A형 간염 대유행 때도 학교에 볼거리가 돌았다. A형 간염은 ‘모 아니면 도’로 앓고서 완전히 나으면 아무 일 없던 거랑 같고, 심하면 간이식을 받아야 하고 더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B형 간염은 전세계 인구 대략 70억명 가운데 2억4,000만명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다. 국적별로 보면 2억4000명 가운데 중국인이 50% 가량을 차지하고, 한국과 대만‧홍콩‧아프리카에 대부분을 차지한다. 북한에는 B형 간염 보유자들이 많다.

B형 간염은 A형 간염과는 달리 성장해서 입으로 감염되지 않는다. 출생하면서 엄마의 자궁을 통해 신생아에게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주산기감염이다. B형 간염 보유자인 산모는 출산하고 6시간 내에 예방접종을 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B형 간염은 선입견이 많은 대표적인 질환이다. 취업 준비생들이 입사 시험에도 합격하고도 건강검진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발견돼 탈락하거나, 대학 신입생이 학교 기숙사에 입사하지 못하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B형 간염 헬스케리어 건강보유자는 바이러스가 안 나오거나 소량 나올 때를 말한다. 음식을 나누어 먹어도 괜찮고, 연인들끼리 딥키스를 해도 간염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는다.

활동성 B형 간염인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바이러스가 많이 나오고 혈액에서 복제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가 한명이라도 가족에 있으면 나머지 가족들은 예방접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C형 간염은 전세계적으로 1억6,000만명 정도 있다. 일본은 C형 간염 만연 국가다. 유난히 일본에는 C형 간염 환자들이 C형 간염의 감염 경로는 수혈인 경우가 많다. 주로 문신(타투)과 피어싱, 한방 사혈행위, 주사기 감염 등 몸에서 피를 내는 행위로 바이러스가 감염된다.

C형 간염은 완만한 만성형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30~50년 천천히 간경화로 진행된다. A‧B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있고, C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다. 의학계는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조만간 사멸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는 <나는의사다 166회 - 구미호는 왜 인간이 되지 못했을까?> 편에 출연, ”이 가운데 문제는 B형 간염인데, 이는 항체만 있으면 안전하다“며 ”일상 생활에서 너무 쫄지 말고 떳떳하게 본인도 밝히고 동료들도 같이 생활하는데 조금도 꺼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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