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추척수증, 뇌졸중·목디스크로 오진 많아…빠르고 정확한 진단·치료 필요

3년 전 은퇴한 김모(65세)씨는 요즘 들어 부쩍 손에 힘이 빠져 젓가락질이 잘 안 되고 걸음이 휘청거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뇌졸중을 의심했다. 김씨는 여러 병원에서 치료와 검사를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정형외과를 찾아가 검사한 결과 경추척수증 진단을 받았다.

경추척수증은 경추의 퇴행성 질환 때문에 생긴 압력이 척수를 누르면서 손과 다리 근력이 약해지고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지는 질환이다. 특히 손의 세밀한 운동에 장애가 생겨 물건을 쉽게 놓친다. 또 글씨체가 변하고, 젓가락질이 어려우며,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는데 불편함을 겪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리 근력이 약해져 걸을 때 걸음이 휘청이는 보행장애가 생길 수 있다. 심하면 대소변 조절이 어려운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대개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미세한 이상을 처음에는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발병 초기 목‧어깨 주변에 통증이 생겨 팔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목디스크로 오인하기도 쉽다. 손‧발의 기능이 떨어지고 마비증상이 생기면 뇌질환을 의심하겠지만 환자의 상당수가 머리의 문제가 아닌 경추 협착증으로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경추척수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척수신경이 압박돼 척수 기능저하가 나타난다. 선천적으로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은 경우, 경증 추간판 탈출증이 있거나 퇴행성 질환에 의해 자란 뼈가 조금만 커져도 척수신경의 압박이 생긴다.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넓어도 마찬가지다. 중증 추간판 탈출증이 있거나 척추뼈 사이의 움직임을 유지하면서 어긋나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 후종인대가 뼈로 변하는 후종 인대 골화증 등이 있다면 척수증이 나타날 수 있다. 전신으로 지나는 모든 신경이 압박되는 상태가 돼서 사지 기능 저하와 전신에 걸친 통증, 감각 이상 등이 나타난다.

말초신경이 압박되는 목디스크는 약물‧주사 등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중추신경이 눌리는 경추척수증은 보존적 치료로 호전될 가능성이 적다. 신경이 압박되는 상태라면 수술이 필요하다.

MRI 검사에서 신경이 심하게 압박되고 있다면 나이와 전신 상태를 고려해 수술 치료를 결정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나이가 젊고 척추관 협착이 심한 상태라면 예방 차원으로 할 수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강경중 교수는 “경추척수증은 다른 질환으로 오진해 엉뚱한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검사와 진단이 필요하다”며 “진단이 늦어지면 심각한 신경손상으로 하반신 마비까지 생길 수 있어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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