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 휴지기 탈모’…산모 30%는 탈모 경험, 바빠도 머리감아야

2020년 새해에 첫 아기를 낳은 김(37)모씨는 요즘 틈날 때마다 거울을 본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아기를 보면 더 없이 기쁘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한숨이다. 출산 전 무성했던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지기 때문이다. 집안 청소를 맡는 남편도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면서 “너무 심각하게 많이 빠지는 것 아니냐”며 걱정이다.

김씨 같이 출산 후 탈모로 스트레스를 받는 산모들이 많다. 출산 후 머리카락이 빠지는 근본 이유는 여성호르몬 수치가 낮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반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임신 기간에는 오히려 이전보다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다.

보통 임신 기간 하루에 5~1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임신 전 정상적인 상황인 경우 하루에 10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임신 기간은 머리카락이 거의 빠지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출산 이후다. 출산 후에는 에스트로겐이 급격하게 감소한다. 안 빠지던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빠지게 된다. 어떤 여성은 출산 후 마치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 환자처럼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임신과 출산으로 생기는 탈모를 ‘산후 휴지기 탈모’라고 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산모의 1/3 정도가 출산 후 탈모를 경험한다. 출산 후 3개월부터 탈모가 시작돼 6개월까지 전체 모발의 30~40%가 빠지는 탈모가 지속된다. 6개월 후부터 탈모가 자연적으로 중지되고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해 9개월까지 모발이 자란다. 이후 1년이 지나면 대부분 정상상태를 회복한다.

출산 후 1년이 지나도 정상 모발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여성형 탈모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탈모가 주는 스트레스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강하게 나타난다. 출산 후 탈모로 우울증이나 강박증, 심한 좌절감에 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자연 치유되지 않으면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출산 후 탈모를 예방하고 건강한 모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감고 말리면서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머리를 감기 전 끝이 뭉툭한 빗으로 가볍게 빗어주는 것이 좋다. 단, 롤빗이나 빗살이 촘촘한 빗으로 머리를 과도하게 빗으면 오히려 머리가 더 많이 빠질 수 있다.

눈에 띄게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면 두피에 부담이 없고, 두피 불순물 세정 효과가 있는 탈모방지샴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머리를 감을 때는 손톱을 세우기보다는 손끝에 힘을 주고 마사지 하듯이 두피의 더러움을 제거해준다.

다 감고 나서는 머리카락을 과도하게 문지르지 말고 수건으로 모발을 눌러가며 물기를 없애준다. 마지막으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릴 때는 두피에 가까이 하면 모공이 열려 탈모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20㎝ 이상 띄워서 사용한다.

출산 후 육아에 집중하다 보면 하루에 머리감기는커녕 세수 한번 하기 힘들 정도로 정신없이 바쁠 수 있다. 머리 감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두피에 쌓인 각종 노폐물이나 비듬‧과다지방‧박테리아 등은 탈모를 부추길 수 있는 위험인자들이다.

대전을지대병원 피부과 이중선 교수는 “탈모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스트레스가 또다시 탈모를 유도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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