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신종 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나와 가뜩이나 불안감이 고조된 가운데 일부 병원에서 계절성 독감 주사를 신종 플루 예방 주사로 속여 판매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
의사로서 폐구균 백신이나 계절성 독감 백신을 신종 플루 예방 백신으로 속여 설명하고 접종을 유도한다면 직업윤리에 큰 결함이 있는 것이고 자정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하지만, 해당 뉴스의 인터뷰를 받은 한 병원의 선생님의 말을 듣고 그럼 그렇지 했습니다.
환자분들에게 신종 플루가 유행하는 현 시점에서 폐구균 백신이나 계절성 독감 백신을 맞는 것이 신종 플루를 예방 할 수 있느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 말씀드리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나 신종 플루 감염 시 폐렴 합병증이 심각하다는 것과 노약자 면역 저하자 등에서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계절성 독감 예방 접종을 소홀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의학적인 사실입니다. 때론 잘 설명을 하지 못하는 의사나 직원의 말로 오해가 생길 수도 있겠죠.
해당 뉴스의 기자가 방문했던 병원 중 한 곳의 선생님께서는 그보다 가짜 환자 행세를 한 기자에 불쾌감을 표했습니다. 있지 않은 증상과 열감으로 자신이 신종 플루에 걸린 것 같다며 증상을 호소했으나 신체검사와 체온 측정, 과거 병력 등을 볼 때 가능성이 작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돌려보냈는데, 뉴스에 보니 그 환자가 기자였던 것이죠. 원하는 답변을 유도하기 위한 함정 취재였는데 딱 맞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뉴스에는 자신이 나오진 않았던 것 같다며 이렇게 뉴스거리를 찾아다니는 것이 현 상황에 미디어가 할 일인가 토로를 하셨습니다.
미디어가 해야할 일이 따로 있고 없고는 잘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이 의료진에 대한 불신을 가지시게 될까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보건 당국의 정책도 오락가락하고 공공의료와 협력해야 할 민간 의료와는 제대로 손발이 맞지 않는 인상을 줘서 가뜩이나 불안한 상황이니까요. 치료제나 백신의 공급도 원할하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터라 더 예민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의료진에 대한 불신까지 확산된다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됩니다.
최근 EBS 라디오 방송에서 의사들이 타미플루를 사재기한다는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이미 쿠키뉴스에서는 '타미플루’ 사재기 극성…의사도 한 몫'이란 기사로 지난 25일 기사화 한 바가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의사들이 타미플루란 약 자체를 구경도 못한 경우가 대다수입니다만, 정말 누군가 사재기를 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겠죠.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동영상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신종 플루 의심환자를 진료해야하는 병의원에 2차감염이나 의료진 감염에 대한 대책이 없는 실정에서 이런 오해와 불신이 생기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결과일 겁니다. 뒤늦게 거점병원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그 사이에 국민들은 신종 플루가 의심되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으니까요.
최근에 보면 기존 미디어 보다,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신종 플루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또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거기에 넷티즌들은 다음과 구글의 지도 서비스에 거점 병원을 찍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전략에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해야하는데 보건 당국이 이런 상황에서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