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많이 묻는 질문이다. 아픈 곳 놔두고 왜 가슴 엑스레이나 심전도 검사 피검사를 하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이러한 검사 결과를 기다려서 입원해야 하기 때문에 외래에서 첫 방문후 수술을 위한 입원일까지 시일이 걸리게 되고 의사나 환자 모두 정확한 입원 날자를 예측하기란 어려움이 따른다.

병원에서 수술 받아본 경험이 있다면 왜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질문을 해보신 분들도 많을 것 같다. 아직 그런 경험이 없다면 예습한다고 생각하시고 읽기를 부탁드린다.

또한 응급실에 배가 아파서 가도 가슴엑스레이와 심전도를 찍는다. 대형 병원일 수록 이러한 루틴 검사(routine test)가 획일적으로 행해진다. 과연 이득은 무엇인가?



루틴 검사가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많은 의학자들이 이에 대한 연구를 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거의 동일한 루틴 검사가 행해지고 있으니 그 고찰 역시 역사가 오래 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영국의 마취과 학회지에 1995년에 기고된 논문이 있다. 4개의 대형 병원에 입원 치료(국소마취, 전신마취, 척추마취 모두 포함)하는 환자에 있어 루틴 검사가 어떤 효과가 있었는가 하는 연구다.

대상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아애 질병이 없거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이 있더라도 잘 조절되는 환자 (ASA I, II)만을 대상으로 했다.

전체 환자 3131명중 외래 방문하여 의사를 만난 환자 3077명이 대상이였다. 이들을 신체 검사등으로 봤을 때 큰 문제가 없는 환자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기준에 따라 분류하였다. 이중에 루틴 검사(흉부 엑스레이 촬영, 심전도, 혈액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었는지와 결과적으로 치료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는가에 대해 연구했다.


루틴 검사가 환자에게 미치는 불편함
신체검사등의 기준으로 분류했을 때 768명(25%)의 환자가 검사가 결과적으로 필요한 환자였다. 하지만 루틴 검사를 시행한 환자 중 이상이 없을 것으로 분류한 환자중 359명에서 검사 결과 이상이 발견되었고 그 중 18명이 수술에 이상을 미칠 수 있는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신체검사에서 이상이 있을 것이라고 분류된 768명의 환자 중 427명의 환자가 루틴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었고 그 중 70명에서 수술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질환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의사의 신체검사가 어느 정도 검사의 필요성을 분류할 수 있으나 검사가 필요 없을 것으로 예상한 환자 들에서도 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 연구자들은 이러한 루틴 검사가 수술 전에 필요하다는 것을 지지하였고 그 이전에도 많은 의학자들이 검사를 통해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숨겨진 질환을 발견할 뿐아니라 수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을 발견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참고: 위 연구에서 수술에 영향을 미친다고 함은 마취에 따른 부작용을 포함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청진기 하나로 진찰 했는데...


과거에는 청진기 하나로 많은 질환을 발견했다. 엑스레이, 임상 병리(피검사) 검사는 아주 큰 병원에만 있었다. 당시를 회상하면 의사는 정말 의학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도 소중한 존재였다.


현대는 검사 기기의 발달로 진찰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의사, 환자 모두 그렇다. 자신의 진찰 결과를 확정적 진단으로 이야기 하는 경우는 전형적인 질환 일 경우와 아주 경험이 많아 자신이 있는 경우 외에는 드물다.


위의 연구에서 보았듯 연구자들의 임상 진찰 기준에 따라 수술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를 잘 예측하였다. 하지만 루틴 검사를 통해 보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환자 중에도 수술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발견 된 것을 알 수 있다.




의료에도 경제성을 따진다


최첨단의 검사 장비가 나올 때 마다 언론에 화려하게 장식된다. 그러나 국내 몇 몇 대학에 있는 검사 기계를 모든 국민에게 기본 검사 장비로 사용할 수는 없다. 의학적으로도 필요도 없지만, 거기에는 경제성도 한 몫을 한다.


이런 루틴 검사는 수술이나 응급 환자에 있어 스크리닝(sreening) 역할을 한다. 컴퓨터가 느려져서 파워유저에게 문의하면 먼저 바이러스나 악성 코드를 검사하는 것과 마찮가지다. 레지스트리를 먼저 만지는 것과 XP를 다시 설치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쉽고 편하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적고 가능성이 높은 검사부터 하는 것이다. (적절한 비유인가??)


이런 스크리닝 목적의 루틴 검사는 비용이 저렴하고 부담이 없고 검사 결과에 따라 숨겨진 질환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서 환자에게 이익이 되야하는 것이다. 따라서 몇 몇 대학병원에만 있는 PET CT 같은 고가 장비를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검사가 나날이 많아진다


검사 장비가 늘어날 수록, 검사를 시행하는 횟수와 과거에는 하지 않았던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환자나 의사들은 최선의 치료를 하기위해 최선의 진료를 받기위해 선택하는 것이지만, 경제적으로 본다면 의료 서비스가 수요를 창출하는 셈이다.


또한 의료가 발전하면서 더불어 의료분쟁에 대한 이슈도 많아진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의학 발전에 대한 환자들의 높아진 기대감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

그에 따라 수술 자체의 문제 뿐아니라 수술에 따른 마취등의 부작용을 막기위한 루틴 검사를 더욱 강화하게 되었다. 검증된 검사를 통해 무과실을 증명하려는 노력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하게된다. 소위 말하는 방어 진료다.


그에 따른 비용과 병원에서의 업무 증가는 여전히 문제가 된다. 검사로 병원에서는 수입이 증가할 수 있으나 채혈등에 검사에 따른 인력도 보강해야한다. 또한 검사가 늘어나면 그에 따른 보험 재정 역시 증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이는 국가적으로나 보험료를 개인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경제력이 좋아지고 의학이 발전하면서 루틴 검사는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예전에는 정밀 검사에 해당되는 것이 검사 기계의 제작비 절감 및 경제력 향상으로 건강 검진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루틴 검사가 환자에게 미치는 불편함


탈장으로 병원에 가서 수술하자고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 1주에서 2주정도 시간을 두고 날자를 잡게 된다. 세심한 배려가 있는 의사라면 앞에 언급한 루틴 검사를 왜 해야하는가 부터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될 경우 정밀 검사가 필요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수 있다.

때로는 그런 설명이 부족해서 때로는 이런 검사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불만이 생긴다. 이런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각 병원에서 제도적 마련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수술 환자 전담 코디네이터나 전담 외래 창구를 마련하는 것 등이다.

응급실에서도 마찮가지다. 복통으로 내원했는데 심전도와 가슴 X-ray를 촬영하는 것을 환자들은 진료의 무성의함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북새통인 응급실에 다정 다감함을 기대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설명의 의무는 의료진에 있다.

평소에 관심도 필요하다.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나 응급실에 가는 경우는 평생에 여러번 있을 수 있는 중요한 사건임에도 우리는 예습하지 않는다. 아프지 않을 때에도 건강과 병원 진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난 이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정규 과정을 거치면서 학교에서 단 한번만이라도 병원 이용과 입원이나 응급실 이용할 때 격게 되는 경험에 대해 교육할 필요가 있다.


Source : A. PEREZ, J. PLANELL, C. BACARDAZ, A. HOUNIE, J. FRANCI, C. BROTONS, L. CONGOST AND I . BOLIBAR, Value of routine preoperative tests: a multicentre study in four general hospitals! British Journal of Anaesthesia 1995; 74: 25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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