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들의 뒷 이야기, 닥터 조커가 입을 열었습니다. 앞으로 선과 악의 경계에서 아무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첫 이야기로 영문 예방 접종 증명서의 비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 심지어 대학병원 교수들까지도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쓰고 있다고 하는데... 조만간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영문예방접종증명서.


이런 게 있는 줄 개업하고서야 알았다. 의과대학 교육이나 전공의 수련과정에는 몰랐다. 알 필요도 없었던 게지.


최근 미국에 유학가는 학생들, 조기 유학 붐이 불면서 새로 만들어진 의사들의 업무다. 미국학교에서 이 애가 기본적인 예방 접종을 다 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입학 전 필수서류로 요구하는 것이다.


그 내용은 지금까지 맞은 예방접종 내용과 날짜를 기입하고 이를 확인하는 의사 사인이 들어간다. 전부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만 기입하기도 한다.


원칙적으로 제일 좋은 것은 아기수첩에 꼼꼼히 적혀 있는 경우 그대로 받아쓰면 된다. 5분도 안 걸리는 일이고 증명서 발급으로 돈도 받아 기분도 좋다. 그러나, 대부분 특히 나이 들어 유학가겠다고 오는 사람들은 아기 수첩이라는 것이 없다. 뭐 하긴 나도 없다.


대개 초등학교 다니면서 책상 구석에 있다가 이사 몇번 하면 버려지는 것이겠지. 내신에 반영되거나 대학입시에 필요한 서류가 아니어서 그렇지 않을까?


이런 사람들이 미국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가겠다고 증명서 발급해달라고 나오면 난감하다.


솔직하게 “기록이 없어서 쓸 내용이 없습니다. 미국에서 다시 맞으세요” 이럴 순 없지 않은가? 아마 이렇게 말하면 싸가지 없는 의사라고 동네에서 더 이상 진료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얼굴만 보고 “음, 다 맞으셨군요.” 그럴 순 없는 노릇이고.


근거는 없는데 백지로 낼 순 없고 결국 창작(?)을 하게 된다. 잠시 이성과 양심은 다른 데 놓을 수 밖에. 의사로써 가장 준수해야할 공식적인 의무기록, 증명서를 달력을 봐가며 창작해낸다. 당시 기본 접종 기준까지 적용하긴 어려우니 현재의 소아 예방접종표를 바탕으로 생년 월일에 맞추어 그럴 듯하게 써낸다.


아기수첩만 있으면 5분이면 될 일을 창작하다 보니 15분에서 20분 넘게 걸린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생후 2개월, 4개월, 6개월 맞는 백신은 동일 날짜에 4개 맞게 써내려가본다. 실제론 2개 맞고 1주 뒤 2개 맞아야하는 것이지만, 설마 학교에서 그런 것까지 검증할까?


간혹 2월 29일이나 30일 안 쓰게 조심해야 한다. 있지도 않은 날인데 이건 의학적 지식이 없어도 들킬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병원 근무 안 했을 일요일이나 공휴일은?? 365일 근무하는 소아과에서 맞았겠지 합리화한다. 혹시 그런 지적을 받으면 한국은 365일 하는 병원이 많다고 설명하라고 조언도 곁들여 준다.


한편의 소설(?)이 완성되고 사인을 하고 돈을 받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옆자리 답안 살짝 보고 쓴 기분이랄까? 현재 기준인 예방접종표니 그 때 안 맞았을 백신도 써있고 날짜도 당연히 안 맞는다.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완전 코메디다.


나는 의사가 아닌 소설가? 아니 김구라가 더 적당하겠다. 위안이라면 얼마전 만난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님도 나 처럼 창작을 하신다고 하더군.


이런 상황이니, 뭐. 오늘도 영문예방접종증명서 필요하다고 찾아오면 반갑게 맞으며 열심히 구라를 풀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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