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1차 스트레스 피하고 2차 스트레스 관리에 집중
서울대병원 윤대현 교수 “힘들지만 잘 견디고 있어”

 

나는 무능해. 혼자서는 할 줄 아는 게 없어.”

나는 사랑받을 수 없어. 누구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

나는 코로나19를 잘 이겨내지 못하고 있어. 나는 무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팬데믹(전세계 유행)1년을 넘었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 발생을 알리는 스마트폰 문자가 하루에도 수 차례 울린다. 백신접종이 시작됐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전염병이 퍼진 시대의 우울증을 코로나 블루로 부른다. ‘코로나 블루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내 한 대학병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4.7%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주위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서,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사랑하는 연인에게서, 가정에서는 부부 사이의 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고 있다.

코로나19 전염병은 불가항력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팬데믹했다. 조심한다고 조심해도 감염될 수 있다. 조심하는 수밖에 손쓸 방법이 없다. 사람들과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불가피하다.

코로나19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1차 스트레스다. 불가피한 1차 스트레스를 받고, 반응하는 2차 스트레스가 문제다.

부처님 말씀에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몸과 마음의 괴로움은 첫 번째 화살이다. 우리 고통의 8할은 첫 번째 화살에 반응하는 두 번째 화살에서 생긴다.

1차 화살을 맞고 마음에서 되새김질하는 분노갈등패배감 등 2차 화살이 더 크게 마음의 상처를 깊게 한다. 몸이 아픈 것은 화살을 한 대 맞은 것이지만 몸이 아플 때 화를 내거나 우울해 하거나 불안해하면 바로 두 번째 화살을 맞은 것이다.

이 두 번째 화살은 자기혐오일 수도 있고 무기력일 수도 있다. 불안해하고 조급해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혐오한다. 그러면서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자존감’은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 self-esteem)’을 줄인 말이다. 말 그대로 자기가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말한다. 이 세상에서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로서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스스로 여기는 마음가짐이다.

자존감과 자존심자신감을 혼동해 사용하기도 한다. 자존심(自尊心, pride)은 남에게 굽히지 않는 당당한 마음, 자신의 품위를 지키는 마음을 말한다. 자존심에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경쟁하려는 마음이 들어가 있다. 이에 비해 자신감(自信感, self-confidence)은 어떤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마음가짐이다.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한 개념은 불가피한 1차 스트레스와 2차 스트레스를 구분하고, 2차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다. 부처의 말씀으로 첫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없으나 두 번째 화살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1차 스트레스에 직접 맞서면 자존감 문제에 부딪히기 쉽다. ‘코로나 블루가 오는 건 자신의 약하거나 자존감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하늘나라로 갔거나,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져도 같은 이유다.

코로나 스트레스 따위도 이겨내지 못한 나는 한심해요. 전 루저에요, 자존감도 떨어져요,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가 아니라 코로나 스트레스를 받아 블루도 오고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견디고 있어요라는 반응이 2차 화살을 피한 것이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건강정보 유튜브 <나는의사다 879회 - 자존감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 편에 출연, 본래 학술용어로 쓰였던 자존감이 남용되면서 오히려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게 아닌가 싶다스트레스 관리측면에서 보면 12차스트레스를 구분해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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