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당뇨병 만큼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병이 있을까? 하지만 여전히 정복하기 어려운 병이다. 당뇨병은 혈당이 올라가는 병이지만 혈당이 올라가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고혈당의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인슐린을 흔히 당을 떨어뜨리는 호르몬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혈액 내 포도당의 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어딘가 우리 몸 장기의 세포 안으로 포도당이 이동을 한 것이다. 인슐린의 주 작용은 근육세포나 뇌세포 안으로 포도당을 집어넣어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우리 몸이 움직이는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근육세포에 포도당이 들어가야 하고, 우리 뇌가 활동을 하기 위해서도 포도당이 꼭 필요하다. 한편 인슐린은 포도당을 저장하는 기능 또한 가지고 있다. 지방세포 안으로 들어간 포도당은 지방산과 함께 중성지방으로 합성되어 저장된다. 언제든지 필요할 때 꺼내서 사용하기 위함이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그런데 당뇨병은 인슐린이란 호르몬이 포도당을 세포안으로 넣어주는 작용이 잘 일어나지 않는 인슐린저항성이 생기는 병이다. 또한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호르몬을 잘 만들어내지 못하는 인슐린분비의 부족이 중요한 원인이 된다. 인슐린저항성의 정도와 인슐린분비능의 결함이 사람에 따라 아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인슐린저항성은 거의 없으면서 인슐린분비능이 극단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 1형당뇨병이라고 한다면 인슐린분비능은 아주 좋지만 인슐린저항성이 아주 심해서 당뇨병이 생기는 수도 있다. 사람마다 천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안 된다.

합병증이 더 무서운 당뇨병

근육세포가 포도당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근육에 에너지가 부족해지니 기운이 없고 항상 피로감이 생긴다. 당연히 근육세포 입장에서는 배가 고프다. 먹고 싶어진다. 하지만 장에서 흡수된 포도당이 근육세포로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니 항상 배가 고픈데 혈당은 아주 높다. 100이 정상이라면 심한 정도에 따라 200, 300이 될 수 있다. 공복혈당이 100 아래가 정상인데 126부터 당뇨병이라고 진단하지만, 그 정도 혈당 상태에서는 사실 증상이 없다. 300은 되어야 갈증이 난다. 소변으로 포도당이 빠져나가면서 물을 끌고 가기 때문에 소변이 늘어나고 몸에 수분이 부족하니 갈증이 난다. 물을 많이 먹게 된다. 소변으로 에너지가 나가기 때문에 살은 빠진다.

인슐린저항성, 즉 인슐린이 포도당을 세포안으로 넣어주는 기능이 떨어지는 주 원인은 사실 비만이다. 체지방 특히 내장지방이 많아지면 지방조직 안에서 나쁜 물질이 나온다고 한다. 이 물질은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게 된다. 우리 몸은 이런 상황이 올 때 인슐린을 더 많이 만들어서 인슐린 작용이 잘 일어나도록 애를 쓴다.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이 높아져 있는 상태를 흔히 대사증후군(인슐린저항성증후군)이라고 한다. 국가검진에서 결과 안내문을 보면 대사증후군 유무를 보고해 주고 있는데 바로 이것이다.

대사증후군이 있으면 서서히 우리 몸에 이상이 나타나는데, 혈당이 올라가는 것뿐 아니라 혈압도 서서히 올라가고, 혈중 중성지방치가 상승한다.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는 HDL 콜레스테롤이 감소한다. 혈중에만 지방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간에도 지방이 쌓여서 지방간이 된다. 사실 이런 상태를 우린 병이라고 여기지 않지만 이미 우리 몸은 대사장애가 시작된 것이다. 당대사, 지질대사가 나빠져 있고, 더불어 혈관세포에도 변화가 시작된다. 10년, 20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당뇨병이 찾아오고 혈압도 더 높아져서 약을 먹어야 한다. 죽상동맥경화증이 진행되고 심장질환이나 뇌혈관질환도 찾아온다.

당뇨병을 흔히 혈당이 올라가는 병이고 당을 조절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당뇨병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등의 복합체이며,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결국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하지동맥질환이 생기고 눈, 신장, 신경 등 온 몸의 장기들이 망가지는 병이다. 눈이 나빠져서 실명을 하는 주 원인이고, 신장이 나빠져서 투석치료나 이식수술을 받아야 하는 주 원인이기도 하다. 외상이 아닌 이유로 발가락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주 원인이다. 암의 발생 위험도 올린다. 간경화증과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올라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는 당뇨병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당뇨병 얘기가 많이 나온다. 당뇨병은 우리 몸에 만성적인 염증 반응과 함께 고혈당이 생기는데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게 된다. 감염성 질환이 잘 생긴다. 폐렴도 잘 생기고 폐렴에 의한 사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위험도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확진자에서 중증코로나로 발전하고 사망 위험이 매우 높다. 흔히 70대 노인에서 6-7%, 80대 이상에서 20% 치명률을 보이고 있고 당뇨병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 훨씬 위험이 높다. 4월 1일부터 75세 이상 노인에서 코로나19백신 접종이 시작되는데 중증 이상반응이나 사망 위험이 워낙 언론에 크게 보도되어서인지 걱정이 많다. 하지만 백신과의 관련성이 확인된 경우는 거의 없다. 혹시나 생길 중증 위험은 사실 10만명당 1명 수준이다. 물론 2~3일 정도 발열, 근육통, 두통, 피로감 등 독감유사증상으로 고생할 수 있지만, 노인층에서는 심하지 않다고 한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면역이 없기 때문에 항상 코로나감염에 대한 걱정을 갖고 살아야 한다. 득과 실을 생각하면 절대 백신은 맞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꼭 맞아야 한다. 자기와 가족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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