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바꾸는 방법’/488쪽/소우주출판사/22,000원

20세기 중반 서구권에서는 서로 유사한 두 가지 물질이 폭발적으로 퍼져 나가며 사회정치문화역사의 방향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인생 방향까지도 바꾸었다. 바로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와 실로시빈이다.

1938년 스위스의 화학자 알베르트 호프만은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약을 찾던 중 LSD를 합성했다. 하지만 기대하던 효과가 없어 한동안 방치해 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량을 우연히 섭취하고는 자신이 강력한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그만 갈색 버섯이 만드는 두 번째 물질은 오래전부터 중앙아메리카의 토착민들이 의식에 사용해 온 것으로 후에 실로시빈으로 불린다. 아즈텍인들은 신들의 살이라 칭했던 이 버섯은 스페인 정복 이후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금지하는 바람에 지하 세계로 밀려났다. 하지만, 맨해튼의 은행가 고든 왓슨이 멕시코에서 마법의 버섯을 직접 맛보고 주간지 <라이프>에 그 체험을 기술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LSD와 실로시빈으로 대표되는 사이키델릭은 정신병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했다. 뇌과학자들은 이를 토대로 정신 장애의 신경학적 원인을 찾고 싶었다. 동시에 사이키델릭은 정신 치료의 한 축을 담당하며 알코올 중독과 불안장애우울증 같은 질병의 치료에 사용됐다.

사이키델릭은 1950~1960년대 중반까지 거리의 마약이 아니라 주류 정신의학계에서 인정한 기적의 약물이었다. 1,000편 이상의 논문과 수십 권의 책, <타임>지와 <라이프>지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널리 퍼져 나갔다.

하지만 반문화의 상징인 티모시 리어리와 켄 키지 등의 주도로 사이키델릭의 오락적 사용이 확산되면서 배드 트립을 경험한 사람들이 응급실을 찾았다. 여기에 찰스 맨슨과 같은 악명 높은 범죄자들이 LSD와 연관되면서 사이키델릭의 어두운 측면이 언론을 통해 과장 보도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국중앙정보국(CIA)‘MK-울트라라는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사이키델릭을 심문용도구로 활용하고자 했다.

미국 문화계와 과학계는 사이키델릭을 받아들였을 때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약물에 등을 돌렸다. 1960년대 말에는 그동안 대부분의 지역에서 합법이었던 사이키델릭이 불법화돼 지하 세계로 밀려났다.

반문화의 영향을 받은 미국 젊은이들이 베트남 전쟁 참전을 거부하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티모시 리어리를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선언하며 반문화를 무너뜨리려 했다. 미국 연방 정부는 사이키델릭을 남용 가능성이 높고, 의학적 사용이 승인되지 않은 1급 규제 약물로 규정했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사이키델릭에 관한 연구와 임상은 사실상 중단됐다.

소수의 과학자들과 심리치료사들은 1990년대 과학계과 문화계에서 소중한 것을 잃었다고 믿고서 이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대마초와 케타민 등의 규제 약물들이 치료제로 사용되면서 사이키델릭에 관한 관심이 고조됐다. 존스 홉킨스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임상시험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수십 년 동안 억압과 무시를 견뎌 온 사이키델릭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물질을 직접 경험해 보고 거기서 영감을 얻은 새로운 과학자 세대가 우울증과 불안장애중독 같은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있는 것이다.

우울증은 사이키델릭에 관한 임상시험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다. 우울증 환자는 미국에서만 4,000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20%800만 명은 기존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는다. 사이키델릭은 이러한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들에서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였다.

중독 역시 기대되는 분야다. 알코올 중독자들과 흡연자들은 단 한 차례 투약만으로도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고 기존 가치 체계가 무너지면서 술과 담배에 흥미를 잃게 되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말기암 환자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같은 실존적 고통은 자신의 죽음과 대면했을 때 경험하는 감정이다. 사이키델릭을 투여하면 자아가 해체되는 경험을 하면서 자신이 자연의 일부라는 느낌을 통해 실존적 고통이 완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책 마음을 바꾸는 방법의 저자 폴란은 사이키델릭이 제도권으로 다시 들어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이 마약으로 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사이키델릭은 술담배에 비해 중독성이 낮고, 신체 및 정신에 대한 유해 정도가 과장된 측면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전면적으로 합법화해서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정치적인 이유로 금지되는 바람에 유용한 치료제로 사용될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했다고 폴란은 따진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지은이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은…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논픽션 작가다. 마이클 폴란은 잡식동물의 딜레마욕망하는 식물, 세컨 네이처등 아홉 권의 책을 썼다. 이 책들은 출간 즉시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 자연과 정원식물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소재를 통해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역사적 시각에서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면서도 문학적인 방식으로 풀어 나가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오랜 기고자인 마이클 폴란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에서도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2010<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에 뽑혔다. 2015년에는 보스턴 과학관에서 과학과, 과학이 인간의 삶에서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탁월한 성과를 보인 사람에게 수여하는 워시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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