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화 원장,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자신의 마음을 먼저 존중하세요”

 

우리 고전 <춘향전>에서 춘향이가 이몽룡을 만나 업고 놀며농염한 에로비디오를 찍었을 때 나이가 이팔청춘(二八靑春)이었다. 지금 나이로 따지면 중3쯤이나 되겠다.

춘향이는 수청을 들라는 신임 사또 변학도의 부당한 압력에 쫄지 않았다. 끝까지 버티며 절개를 지켜 암행어사가 돼서 금의환향한 이몽룡과 옥중에서 극적으로 재회한다. 그때 판소리 가락으로는 나오는 대목이 쑥대머리 귀신형용이라~”하는 장면이다.

<춘향전>은 춘향이와 이몽룡이 백년해로한다는 행복한 결말로 이야기는 끝난다. 하지만, 바람기 많은 이몽룡이 일부다처로 중첩하지 않고, 그들의 결혼생활이 끝까지 행복했을지는 <춘향전> 속편이 전하지 않아 알 수 없다.

영국이 낳은 위대한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우리 고전 <춘향전>보다 조금 앞선 시기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명문가의 비극적이었던 결혼이야기를 소재로 희곡을 썼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작품 속에서 줄리엣은 춘향이보다 더 어렸다. 줄리엣이 원수 집안 아들 로미오와 비극적인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네 마네 했을 때 나이가 작품에선 줄리엣 엄마 대사를 통해 “She’s not even fourteen”으로 나온다. 줄리엣 나이 13살쯤 됐다는 얘기다.

동서양 두 작품을 지금 시각으로 보면, ‘썸타는 10대 애들이 학교 안 가고 결혼하겠다고 사고쳐서 부모 속 썩이는 이야기로 간단 정리할 수 있다. 다른 게 있다면 <춘향전>에서 퇴기 월매는 깡다구와 연애의 기술을 장착한 딸을 두어 사법고시에 합격한 검사 사위를 본 것이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혼이야기는 KBS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결말로 끝난다는 것일 뿐이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하는 일이 결혼이라고 한다. ‘남자는 자유를, 여자는 행복을 잃을 각오로 하는 제비뽑기가 또 결혼이라는 웃픈 소리도 있다.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인 결혼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남자보다는 여자가 아무래도 잃는 게 조금은 더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연하다. 임신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에 여자의 몫이 남자보다 더 많다. 여자는 본능으로 안다. 결혼을 앞에 두고 여자는 남자보다 그래서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양육하면서 직장생활을 비롯한 사회적 성취 부담까지 더해지면 결혼 꼭 해야 돼?!'가 된다.

결혼을 두고 고민하는 여성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서울 광화문에서 개원하고 있는 연세필정신건강의학과의원 반유화 원장은 지난 4여자들을 위한 심리학(다산초당)을 이름으로 책을 냈다. 이 책의 부제는 자꾸만 나를 잃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이다.

반 원장은 12년 동안 주로 20~30대 결혼 적령기에 결혼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 1,000여명을 만나면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묶었다. 반 원장은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이면서 서울대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반 원장은 건강정보 유튜브 <나는의사다 905회-결혼을 해야 할까요> 편에 출연, 진료실을 찾아온 여성들과 상담하면서 어떤 고통이 발생하며, 그 고통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탐색해야 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여성학을 공부했고, 그 안에서 만난 지치고, 부서지고, 방황하는 여러 마음들과 함께한 여정을 책에 담아냈다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결혼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상대가 나의 가치관을 허락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한 팀이 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