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340쪽/더난출판사/16,000원

케임브리지사전은 노모포비아를 ‘2018년 올해의 단어로 뽑았다. ‘노모포비아’(Nomophobia)노 모바일폰 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의 줄임말이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 초조해하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노모포비아를 겪는 사람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5분을 버티지 못한다. 스마트폰을 수시로 만지작거리거나, 강제로 사용을 제지당했을 때 손을 물거나 욕을 하는 등 폭력적인 반응을 보인다. 우리의 많은 부분이 스마트폰에 잠식당하고 있다.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주의력이 결핍되고, 논리적 사고와 긴 호흡의 독서에 어려움을 느낀다.

우리는 이 책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을 통해 스마트폰이 당신과 가족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을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스마트폰이 지금 당장 단 하루, 단 한 시간 없다면 어떨까?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까?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스마트폰 전염병’(Die Smartphone-Epidemie)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부작용을 전염병(epidemic, 에피데믹)으로 규정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미치는 전염병에는 운동 부족과 잘못된 자세, 근시수면장애지능하락사고(事故) 증가불안주의력장애우울증디지털치매고립공포감, 육체정신적 피해가 있다. 피해는 사회적, 전 세계적 규모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에서 젊은 여성들의 자살률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자살 충동은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는 과격한 추천 알고리즘으로 세계인을 극단화시키고, 페이스북은 아주 빈번하게 세계인의 정보를 훔쳐간다.

포노 사피엔스의 탄생은 분명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는 아닐 것이다. 누구는 스마트폰이 새로운 사고의 기준이 된 포노 사피엔스를 등장시켰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스마트폰이 사고의 기능을 오히려 빼앗아간다고 강조한다. 결정적으로 깊게 사고하지 않는다. 포노 사피엔스가 늘어간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생각하는 사람, 호모 사피엔스로 존재할 수 있을까?

전염병이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발생하거나, 대륙을 넘어 퍼지면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부른다. 이 책은 새로운 팬데믹으로 근시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근시가 생명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근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불러온다.

근시는 성인보다 어린아이나 청소년에게 더욱 위험하다. 아이들은 야외보다 실내에서 보내는 일이 많고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그중에서도 가장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본다. 멀리 보는 일이 너무 적어서 생기는 근시는 원칙적으로 야외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먼 곳을 자주 바라봄으로써 저지하거나 늦출 수 있다.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사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의 90% 가량이 근시를 가지고 있다. 유럽은 최근 30%에 이르렀다. 이런 추세만 보면 이미 오래전 전염병 수준에 도달한 근시가 늦어도 30년 뒤에는 팬데믹으로 바뀔 수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스마트폰의 똑똑함을 무조건 믿는다.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정보의 바다를 탐험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희망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여러 실험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과는 무관한 SNS와 채팅온라인 쇼핑뉴스동영상게임에 스마트폰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밝혀졌다.

영국에서는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성적 하위 20% 학생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오스트레일리아는 30억 달러를 투자해서 학생들을 위한 노트북을 구비했지만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중위권으로 순위가 밀려나고 말았다.

스마트폰은 어른아이 모두를 똑똑하게 해주지 않을뿐더러 더욱 외롭게 만든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사용에 문제가 생기면 부모들은 스트레스로부터 회피하고자 스마트폰을 더 찾는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더 예속되면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스마트폰을 둘러싼 악순환은 반복된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 직접 접촉을 통해 성장한다. 대화를 나누고, 야외에서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언어비언어적 소통을 배운다. 공감과 사회적 행동을 내면화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디지털 미디어 평균 사용 시간은 9시간 22, 아이들은 평균 5시간 30분이다. 어른아이 모두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다.

스마트폰은 우리를 똑똑하게 해주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 포털은 찾는 내용에 대해 알고 있을 때만 정보 획득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상반된 두 가지 정보가 있을 때 사람들은 대개 전문 서적보다는 많이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이해하기 쉬운 출처의 검색을 통해 하나를 선택하려고 한다. 당연히 어떤 출처든 의심하거나 반박하는 일은 드물다.

스마트폰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인간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 스마트폰으로는 감정을 온전히 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은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인간을 낳기 때문이다.

매일 디지털 미디어를 많이 소비하는 아이일수록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공감은 걸음마나 말하기처럼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 자연 속에서, 사람들 속에서 직접 경험하고, 반복하고, 실천함으로써 자신을 비롯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고 배울 수 있다.

이제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지, 무엇을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 말이다. 스마트폰이 만든 신인류인 포노 사피엔스는 점점 복잡하고 귀찮은 사고 과정과 인간관계를 포기하고 디지털 세상을 손가락에만 의지한 채 홀로 부유하고 있다.

저자 만프레드 슈피처(Manfred Spitzer)는…

현재 울름대학교 정신병원장이자 신경과학과 학습 전이센터 원장이다. 1958년 출생.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의학심리학철학을 전공했고, 정신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1997년까지 하이델베르크의 정신과 클리닉에서 선임 의사로 일했다.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정신과학적, 뇌 과학적, 사회심리학적 사례를 제시해 분석하고, 설득력 있게 호소하는 세계적 학자다. 독일 뇌 과학계의 일인자로 평가받고 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재직했고, 1999년부터 20년 가까이 신경학자와 정신과의사들을 위한 전문 월간지 신경의학Nervenheilkunde의 편집자이자 발행인으로 일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바이에른 알파 방송의 정신과 뇌라는 방송프로그램의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많은 책을 썼다. 그 가운데 디지털 치매는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20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은 한국에서 ‘2014년을 여는 책 50’에 선정됐다. 사이버 스트레스학습(Lernen), 스크린을 조심하라!(Vorsicht Bildschirm!)등이 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