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픈데 상태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할지, 응급실에 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늦은 밤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면 부모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소아는 성인처럼 아픈 증상과 부위‧정도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 아프다고 울기만 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더 당황스럽고,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자칫 응급상황으로 악화될 수도 있어 올바른 대처가 중요하다. 소아 증상별 대처법과 꼭 응급실을 가야 하는 상황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응급의료센터 소아응급실 윤봉식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아이들이 응급실을 많이 찾는 증상(질환)은?

질환과 상해로 구분할 수 있다. 질환 중에서 가장 흔한 이유는 발열‧복통 등 소화기 증상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 순이다. 상해는 외상‧교통사고‧이물질‧중독‧화상 등이다.

◆ 아이가 열이 난다면?

대략 38℃ 이상이면 해열제를 주는 것이 좋다. 해열제로 많이 사용하는 약물은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이나 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부루펜®, 맥시부펜®)가 있다. 6개월 이하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을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약은 복용하고 보통 30분~1시간 정도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열이 잘 안 떨어진다고 바로 다른 약을 추가로 주지 말아야 한다. 1시간 정도 지난 뒤에도 이전 체온보다 오르거나 비슷할 경우에 먹이는 것이 좋다.

◆ 해열제를 먹고도 열이 내리지 않는다면?

열이 안 떨어진다고 미온수 마사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열이 날 때 곧바로 미온수 마사지를 하면 아기가 보챌 수 있다. 오한으로 오히려 체온이 안 떨어져 아이만 힘들게 할 수 있다. 해열제를 먹이고 30분~1시간 경과 관찰 후에도 열이 높으면 그때 미온수 마사지를 한다.

미온수 마사지할 때는 아이 옷을 모두 벗긴다. 보호자 손에 넣었을 때 따뜻한 정도가 느껴지는 30~33℃ 정도 미지근한 물에 수건을 적셔서 목이나 겨드랑이‧사타구니 등 큰 혈관이 있는 부위를 먼저 닦아준다. 이어 팔‧다리를 문지르며 마사지를 해준다. 마사지는 30분 이상 하지 않는 게 좋다.

◆ 아이가 탈수 증상이 있다면?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적은 양의 수분 부족으로도 쉽게 탈수가 온다. 탈수가 오면 아이는 잘 먹지 못하고 처지며 소변 양이 줄어들게 된다. 구강이나 혀가 마르고, 피부색이 창백하거나 얼룩덜룩하게 보일 수 있다. 영아에서는 흔히 숨구멍이라고 하는 ‘대천문’이 쑥 들어가 있을 수 있다.

탈수로 체중 감소도 동반될 수 있다. 평소 체중의 10% 이상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는 중증 탈수를 의심할 수 있다. 모세혈관충혈시간이라고 해서 손끝이나 발끝을 눌렀다 떼었을 때 2초 이내로 원래 피부색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탈수를 의심한다.

아이가 무언가를 마실 수 있는 상태라면 수분이나 경구용수액제제를 소량씩 자주 마시도록 한다. 단, 주스나 이온 음료는 당 성분이 높아 오히려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다.

◆ 아이가 구토한다면?

일단 구토와 게움을 구분해야 한다. 음식물이 위나 식도에서 역류하면서 게워내는 것은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영아 시기에는 수유 후 트림하다가, 혹은 분유를 너무 급하게 먹거나 많이 먹어서 게워내는 경우가 있다. 적은량으로 자주 주고, 먹고 바로 눕지 않게 하는 등 식이 방법을 변경하면 좋아진다.

이에 비해 토하는 것은 구역을 동반한 비자발적이며 강압적인 음식물의 배출로 게워내는 것처럼 흘러나오는 게 아니라 왈칵 쏟아 분출하는 것을 말한다. 원인은 나이에 따라 다양하지만 소아에서 흔한 원인은 위장관 관련이 많다.

바이러스 위장염이나 매복변‧위식도역류‧식품알레르기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드물게 신생아기에 반복적인 구토를 보이는 선청성 비후성 유문협착증이 있다. 장 이상 회전으로 인한 염전증, 혈변을 보이는 장중첩증 등 생명에 위협적인 질환일 수도 있다.

식사와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구역‧구토가 있고 24~48시간 정도 지속된다면 병원 응급실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아이가 복통을 호소한다면?

급성 복통은 수일 내에 발생한 통증으로 세균 감염성 위장염이나 시술‧수술이 필요한 장중첩증‧맹장염 등이 있다. 아이가 얼굴을 찡그리고 숨을 잘 못 쉬거나 배를 움켜잡고 몸을 쭈그리며 보채고, 땀을 흘리며, 자다 깰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면 병원 응급실을 가야 한다.

◆무조건 응급실로 가야 하는 증상은?

생체 활력 징후에 이상을 보이는 경우다. 구체적으로는 갑자기 쌕쌕거리며 숨쉬기 힘들어하거나, 호흡이 가뿐 경우, 얼굴‧입술이 푸르게 보이는 청색증을 보이는 경우다.

계속 졸려 하고, 처지거나 의식 저하를 동반한 실신을 하거나, 1시간 이상 지속되는 가슴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경련 발작이 있는 경우도 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또 자다 깰 정도의 견디기 힘든 흉통이나 복통‧두통 등의 통증이 있거나, 지속적인 고열, 심한 반복적 구토, 심한 핍뇨나 소변을 못 보는 등의 탈수 증상 모두 응급진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