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후애사전/300쪽/추수밭/14,000원

이대로 살 수 없고 다시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 스트레스 질환지수 1(국민건강보험공단 2010년 조사), 힘없는 노부모와 독립하지 못한 자녀 사이에 낀 세대, 장기 경기 침체기에 정년을 맞는 세대, 갱년기, 빈둥지증후군. 오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중년, 그 가운데서도 특히 오십(五十) 대를 맞는 사람들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표현들이다.

지난 세월 온갖 책무만 짊어진 채 앞만 보고 떠밀리듯 내달려온 우리네 아버지어머니의 모습이기도 하다. 오늘 대한민국 오십 대는 불안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중년을 넘어서며 나타나는 신체적 노화 증상과 사회적 사망선고라 할 수 있는 정년이 함께 찾아온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여전히 건재한 노부모와 청년실업 여파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모두 떠맡아야 할 처지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노후조차 준비 안 된 채 인생 후반기를 맞고 있다.

오십 대는 2의 사춘기로 불린다. 자아에 대한 재발견을 갈구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세대신체사회경제적 불안감으로 심리적 공백은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 바로 이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가 절실한 이유다. 오십후애사전이 지금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먼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것을 주문한다. 나이 들면서 찾아오는 신체감정적 변화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이전과는 다른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이 든 나의 삶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책 제목도 오십 후에 찾아오는 변화 또한 자신의 삶으로 받아 안아서 자신의 온전한 삶을 완성하길바라는 뜻으로 오십후애사전(五十後愛事典)이다.

이 책에는 노후 대비 재테크도 없고, 은퇴 후 재테크도 없다. 대신 제2 인생을 준비하는 오십 반환점에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울림이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불현듯 숫자로서 나이 오십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경험을 한다.

나이가 많든 적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앞의 삶을 내다보게 한다. 이 책은 나이 오십을 맞는 중년 세대뿐만 아니라 좌절과 절망으로부터 일어나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필독서다.

저자 이나미는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다. 서울대의대 의학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유니언 신학대학원에서 종교심리학 석사를, 뉴욕 융 연구소에서 분석심리학 디플롬을 취득했다. 뉴욕 신학대학원 목회신학 강의교수를 맡았다.

10대부터 90대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상담을 하고 있다. 한국인의 고유한 심리에 관심을 두고 설화와 민담, 문학 작품 등을 연구해왔다. 중앙SUNDAY에 연재해 온 칼럼 이나미의 마음 엿보기를 통해 한국인의 집단 심리와 사회 현상을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풀어내는 작업을 했다.

지은 책으로 여자의 허물벗기(1992) 때론 나도 미치고 싶다(1993) 에로스 타로스(1995) 사랑의 독은 왜 달콤할까(1999) 한국 사회와 그 적들(2013) 등 다수가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서양정신의학의 도입> <마고신화의 분석심리학적 의미> <시인들의 자화상-시의 분석심리학적 의미> <공자의 개성화 과정> <한국의녀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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