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336쪽/쌤앤파커스/16,800원

태초에 하느님은 호모 사피엔스를 창조했고, 스티브 잡스는 포노 사피엔스를 만들었다. 지금 인류는 스마트폰을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여기고 있다. 포노 사피엔스는 불과 10년 사이 엄청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촉발시켰다. 이로 말미암아 인류 사회는 거대한 근간의 변화를 겪고 있다.

문명의 교체가 일어나는 바야흐로 혁명의 시대. 4차 산업혁명이니 블록체인이니 듣기만 해도 아리송한 기술의 변화와 더불어 시장 생태계의 중심에 등장한 신인류로 전 세계 비즈니스 질서와 자본의 무게가 재편되고 있다.

혁명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지난 10년 동안 지상파TV와 신문의 광고 수익은 반토막 났다. 검색 포털(네이버)과 유튜브의 점유율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 유튜브의 동영상 점유 비율은 무려 85%에 이르렀다.

금융은 어떨까. 2018년 기준 인터넷뱅킹과 자동화기기 등 무인화서비스가 차지하는 업무 비중이 80%를 넘었다. 지점 창구 처리 비중은 9.5%까지 내려갔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은 이미 지점 80%를 폐쇄하고 온라인뱅킹을 강화했다. 최근 한 은행이 파업했을 때 대부분 시민들이 아무 불편함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 은행업계를 경악시킨 것도 같은 이유다.

유통 역시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의 매출은 줄고 온라인 판매는 급격히 늘었다. 미국 백화점은 3분의 1이 문을 닫았다. 소형매장들의 폐점은 더 심각하다. 중국은 모든 상거래에서 알리페이위챗페이와 같은 스마트폰 결제를 표준으로 하고 있다. 심지어 상하이에서는 길거리 거지마저 QR코드 목걸이를 걸고 다닌다.

우리나라 역시 2018년 온라인소비 연매출액은 100조 원 시대를 열며 혁명의 물살에 합류했다. 혁명이라고 하는 것은 특별한 비즈니스 세계에서가 아니다. 이렇듯 우리 일상 안에서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다.

일상의 변화를 만든 근본 원인은 권력이나 자본과 같은 특정세력이 아니다. ‘포노 사피엔스라는 신인류의 자발적 선택이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TV와 신문을 끊고 스마트폰을 미디어와 정보의 창구로 선택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은행지점에 발길을 끊고 온라인뱅킹을 선택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마트와 백화점 대신 온라인 쇼핑을 선택했다. 이 선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인류의 자발적 선택에 따른 변화를 진화라고 한다. 기나긴 인류의 역사를 봤을 때 진화에는 단 한 번도 역변이 없었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돌이킬 수 없는 문명의 대전환기를 살고 있다. 막아서느냐, 받아들이느냐의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하지만 새로운 문명의 도래는 이미 정해진 인류의 미래라는 뜻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는 다소 부정적이다. 스마트폰 사용의 부작용에 대한 시각은 이미 우리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확산된 온라인 게임은 젊은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을 갉아먹는 중독제 취급을 한다. SNS는 인생의 낭비이며 진실한 인간관계를 방해한다고 말한다. 가족과 친구의 전화번호 하나 외우지 못하는 것도 스마트폰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어린아이가 최대한 멀리해야 하는 물건, 어른들을 멍청하게 만들고 서로 멀어지게 만드는 디지털기기.

찬찬히 되짚어보면 이러한 인식들은 반만 맞다. 사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과거보다 훨씬 많은 양의 데이터를 매일 같이 소화하고 있다. 전문가들만 독점해왔던 고급 지식도 언제든지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뇌가 그 어느 시대 인류의 것보다 박식하고 지혜롭게 활동 중인 것이다.

정말 SNS는 우리의 인간관계를 가볍고 얕게만 만들고 있을까? 간편해진 연락 수단으로 더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가족과 친구들 여럿이 동시에 대화할 수도 있다. 지구 건너편의 사람과 친구를 맺고 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다. 멀리 떨어진 가족과도 쉽게 얼굴을 보며 소통할 수 있다. ‘디지털 루저게임 폐인등으로 취급받던 사람들은 이제 유튜브와 개인 콘텐츠 등 억대 연봉을 올리는 크리에이터로 떠올랐다.

왜 우리는 스마트폰의 부작용만 더 크게 생각했을까? 인간은 익숙한 생태계에 커다란 위협을 주는 파괴적 변화 앞에서 일종의 자기방어 본능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기존 질서의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부작용이라는 명분을 쓴 방어막을 구축한 것이다. 스마트폰 문명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는 끊임없이 신문명에 대한 부작용을 크게 언급하며 규제의 필요성만을 조명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전 세계 36억 명 인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포노 사피엔스 문명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아마존구글페이스북과 같은 스마트폰 관련 기업을 세계 최고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동시에 포노 사피엔스의 문명에 반하는 기업들은 소리 소문 없이 쇠락하고 있다.

이들이 이제 세상의 비즈니스를 움직이고 있다.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포노 사피엔스의 문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의 여부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미래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 책 포노사피엔스는 우리가 포노 사피엔스의 시각으로 세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혁명의 시대 속에 위기보다는 기회를 볼 수 있도록, 혼란스러움보다는 현명함을 지닌 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지은이 최재붕은

균관대 기계공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캐나다 워털루대학교(University of Waterloo)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마쳤다. 성균관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기계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비즈모델 디자이너다.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서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과 기계공학의 융합, 인문학 바탕의 동물행동학과 기계공학의 융합 등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최고 4차 산업혁명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IT기술 발전을 이끄는 엔지니어로 활동하면서 2005년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와 융합디자인 공동연구를 계기로 인류의 진화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이는 어떤 기술이 성공하고, 어떤 기술이 실패하는지에 대한 그의 오랜 고민에 답을 주었다.

그 이후 디지털 기술로 많은 변화를 사람의 본질사람 중심으로 접근하는 공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진화론심리학디자인인문학 등을 인류의 진화에 접목하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인류에게 가져온 변화가 매우 급격하고 충격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포노 사피엔스차이나는 클라스 과학문화미래 편(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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