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고즈 온/276쪽/알마/16,500원

코로나바이러스는 적을 잘 안다고 생각했던 과학자들의 오만함을 무너뜨렸다.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호기심 반, 가만있을 수는 없다는 사명감 반으로 쓰기 시작했던 글들은 지난 1년간 죽어가는 수많은 이들을 보며 느꼈던 자괴감을 떨쳐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바이러스 연구, 백신 개발 일선에 있는 저자는 이 책 사이언스 고즈 온(Science Goes On)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비장한 사명감마저 느껴지는 서문에서 저자 문성실의 직업의식을 엿볼 수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의 경험으로 얻은 지구력, 치열한 탐구정신을 바탕으로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며 뚝심 있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은 읽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저자는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편견에 대해 말한다. 과학하는 길은 화려하지 않으며 과학은 신기술을 뚝딱 개발해내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란다. 과학자의 일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겨우 그래프에 점 하나 찍는 소소하고도 지난한 일들의 반복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시국에서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의료진 외에도 진단 시약 생산 기업과 각종 실험실에서 검체 채취와 세포 배양 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 연구자들의 노력도 조명한다. 우리 모두가 팬데믹 극복을 위해 작지만 소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일깨운다.

외국인엄마여성, 저자 문성실의 정체성을 알 수 있게 하는 세 가지 열쇠말이다. 박사학위 취득 직후 넘어간 미국에서 저자가 겪은 차별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많은 아시아 이민자, 유학생의 상황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인종차별로 얼룩진 현 시국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려는 저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육아의 고충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육아와 가사, 아이와 부모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학계 내에서 여성에 대한 처우 개선, 출산과 육아에도 연구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는 글들을 통해 우리는 이성적이기만 할 것 같은 학계의 이면, 유리천장의 그림자를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자연스레 사회 내 젠더 평등의 현주소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 문성실은

미국질병관리본부(CDC) 로타바이러스 백신연구팀에서 5세 이하 영아에게 발병률이 높은 로타바이러스 차세대 백신(사백신)14년 동안 연구하고 있다.

결혼을 통해 가정이라는 또 하나의 일터를 얻었다고 말한다. 두 아이와 과학놀이를 하는 엄마이자 낯선 땅의 외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2019년부터는 사회적경제미디어 <이로운넷>4개국의 글벗인 재외 한인 여성 과학자들과 함께 칼럼 과학하는 여자들의 글로벌 이야기를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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