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일본, 재택의료를 실험하다/216쪽/청년의사/18,000원

일본은 세계적인 장수대국이다. 일본의 높은 장수율은 모두 평등하게 최신 의료 혜택을 받도록 설계된 의료제도 덕분이다. 하지만 일본의 의료보험제도가 파탄 위기에 놓여 있다. 현재 일본 국민이 번 돈의 30%가 의료와 요양연금 등을 충당하는 데 쓰이고 있다. 늘어나는 고령자 인구는 이 문제를 가속화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사회보장제도 재원 유지를 위해 수입은 늘리고 지출은 줄이려는 정책을 시행하고자 한다. 의료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배분하면서 의료의 질은 유지하고, 동시에 의료와 간호 시스템의 근본적인 디자인을 재검토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의료비 절감을 위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입원 일수를 줄여서 병상 비용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갈 곳을 잃은 의료난민문제를 가중했다. 병원에서 퇴원을 강요당한 환자들은 자택요양재택의료로 이양됐다. 하지만, 핵가족화가 진행됨에 따라 노노케어(노인 환자를 노인의 배우자가 돌보는 것) 문제, 가족들의 돌봄 스트레스, 경제적 부담 문제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병원 침대 축소 정책과 의사 부족, 지역 병원 붕괴 등으로 갈 곳을 잃은 환자들. 병원과 같은 간호 체계가 잘 정비된 병상이 지역 내에 있다면 어떨까? 이러한 현실을 바꾸고 지역에 꼭 필요한 의료병상을 제공하기 위해 떠오른 아이디어가 재택형 의료병상이다. 가족들이나 의사들의 과도한 부담 없이도 지속적인 간호케어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양질의 요양생활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재택형 의료병상은 재택요양과 입원의료의 장점을 결합한 케어를 제공하는 새로운 의료요양 모델이다. 유지비용이 높은 의사는 아웃소싱하는 대신, 간호사가 현장에 상주하며 환자를 맡는다. 간호사가 공동주택의 각 호를 방문하며 환자들을 케어한다. 공동주택에는 방문간호센터와 방문요양센터가 설치돼 있고 야간에도 직원이 상주한다.

의료간호케어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각 전문 시설에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병상을 상시 준비해둘 필요가 없다. 병상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환자에게 병상이 하나씩 제공되고, 다른 시설에서 온 전문가들이 그 병상을 방문하는 방식이다.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이점이 있다. 귀중한 의료자원인 병원이 지역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병원을 방문하면 항시는 아니더라도 적시에 여러 가지 전문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증상에 맞춰 주치의가 있는 여러 의원이나 클리닉을 돌아다녀야 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재택형 의료병상의 의사 아웃소싱 방식은 병원과 의사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공유병상으로 지역 의료를 돕는다는 이 새로운 시도가 불안 속에 있는 의료난민과 그 가족, 어려운 지역 의료에 하나의 가능성과 해결책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시바하라 케이이치(柴原慶一)는

의사이면서 의학박사다. 나고야에서 태어나 교토대학 의학부 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했다. 유전정보 복제 메커니즘 분석을 연구했다. 오랜 고민 끝에 인생 제2막을 새로 열고자 2010년에 연구실을 닫고 경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지역 의료 살리기목표로 내걸고 이와테현으로 이주한 후 동일본대지진 복구 지원, 사회복지법인 설립, 민간의료법인 재건 등을 거쳐 2012년 주식회사 앰비스를 설립했다. ‘재택형 의료병상(이신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취미는 스포츠 관람과 해변에서 쉬기다. 좌우명은 인간만사 새옹지마. 그의 꿈은 젊은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다.

 

역자 장학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성형외과 주임교수로 국제진료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재일교포 3세로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던 가운데 초등학교 3학년 때 홀로 서울 친척 집으로 유학길에 올라 서울대 의과대학을 국비장학생으로 졸업했다.

이후 일본 게이오대학병원에서 인턴과 전공의 수련을 마쳤다. 일본 성형외과 전문의 및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아산병원 울산대학교 조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건동 서울대학병원에 재직하고 있다.

인체혈관해부에 능통하다. 미세수술을 이용한 조직이식기술로 유방암 등 각종 암 제거 후 재건수술과 안면마비 및 임파부종 수술이 전문 분야이다.

아마추어 클라리네티스트로서 서울대 출신 의사들로 구성된 메디칼필하모닉오케스트라(MPO)의 재창단을 주도했다. 서울의대 교향악단 음악반의 지도교수를 5년째 맡고 있다. 20년의 일본 거주 기간 중 10년을 의료 현장에 몸담았던 임상의로서 매우 흥미롭게 읽은 이 책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비의학서적으로는 처음 번역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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