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360쪽/gasse(가쎄)/14,800원

얼굴은 곧 그 사람이다. 얼굴에는 그 사람의 인생 역정과 지위형편은 물론 성격까지 모두 드러나 있다. 나이 들수록 흔적은 더욱 뚜렷하다.

그러나 얼굴로 내면을 읽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선량한 얼굴 속에 악독한 내면이 감추어져 있을 수 있다. 품위와 교양 이면에 속물근성이 가득한 경우도 있다.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인간관계가 맺어지는 경우에는 외면의 영향이 크지 않다.

직접 대면으로 이야기 나눌 일이 거의 없는 현대 사회 매체를 통한 접촉에서는 얼굴은 인상과 판단을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이다. 보통 사람들도 얼굴을 고쳐 자기 가치를 높이고 인생을 바꾸려고 하는 판에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외적 이미지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직업에서 화장과 성형은 필수이다. 이런 시대, 이런 사회에서 성형은 거대한 비즈니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얼굴은 매일 얼굴을 고치는 성형외과 의사가 쓴 성형소설이다. 작품의 성형은 얼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고 중심은 인생에 있다.

주인공은 나이 오십 줄에 다가오자 자기 삶의 가치와 성취에 대해 초조감을 느낀다. 돈을 빌려 대형 병원을 짓는다. 그에게 대형 병원은 맞지 않는 얼굴이었다. 무고와 의료 과실에다 불법 시술까지 계속된 사고는 인생 성형을 꿈꾼 주인공의 얼굴을 망치고 말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잠깐 성공으로 이끈 변장 성형을 받아 실패한 인생 성형을 다시 성형으로 만회하려고 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줄거리로 술술 읽힌다. 표현이나 문체도 무겁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는 작품이지만 책을 덮고 나면 인생의 무게에 눌린다. 우리는 화려한 껍데기 속에 초라한 본질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그 껍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익명성을 잃어버린 얼굴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사람들, 현실적 욕망과 진정한 자아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의사 특유의 치밀한 관찰력과 문학적 상상력으로 독특하게 그려내고 있다.

저자 김유명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했다. 의학박사. 개업한 지 12년 차 되는 성형외과 전문의사다. 의사라는 직업 세계에서 건져 올린 독특한 소재로, 삶과 죽음, 그 이면의 진실을 일깨우는 의학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프로포폴 중독과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재난을 다룬 장편소설 마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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