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제국(Parasite Rex)/414쪽/궁리출판/13,800원

한국에선 예전 초고교 건강검진 항목에 기생충 검사가 있었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채변봉투를 나누어 주고, 언제까지 변을 담아 내라고 숙제로 내주었다. 손바닥 보다 작은 봉투에는 변을 담는 비닐봉투가 같이 들어있었다.

선생님 말씀 잘 듣는 범생이들은 제외하고, 누구는 집에서 기르는 복실이 개똥을 담아가기도 했다. 급하게 당일 학교 화장실에서 퍼 담기도 했고, 여학생들은 매점에서 빵을 사서 침을 버무려 내기도 했다.

그 시절 약장사들은 동네를 돌면서 구충제를 팔았다. 왁자한 밴드로 사람들을 불러모은 약장사는 동네 아이에게 구충제를 먹여 회충이 바로 나오는 시현을 보이기도 했다. 그 시절을 보낸 한국사람들에게 기생충은 귀찮은 존재를 넘어 혐오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 책 기생충 제국(Parasite Rex)은 모두 알고 있지만 모두 모르는 생명 개체,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다.

기생충은 존재하지 않는 곳이 드물다. 인간 개체에도 있고, 개구리 한 마리를 해부하면 때로는 수십 마리의 촌충이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개체수만 많을 뿐 아니라 그 생활 패턴도 다채롭다. 어떤 녀석은 개미 뇌 속에 기생하면서 소의 위장에 들어가기 위해 개미를 조종해 저녁마다 소가 뜯는 풀 꼭대기에 올라가게 한다. 물고기에 기생하는 어느 종류는 물고기의 혀를 다 잘라먹은 뒤, 자기가 그 혀의 위치에 박혀서 물고기가 음식을 먹을 때 혀의 노릇을 하는 뻔뻔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 기생충 제국은 이처럼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다른 개체들의 삶과 생태계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기생충의 보이지 않는 위상을 제대로 살려주기 위한 말이다.

기생충 비인간적이다. 기생충은 숙주라는 하나의 개체를 자신의 세계로 삼아 착취한다. 숙주와 기생충은 상호 변증법적인 영향을 보이며 끊임없이 발전한다. 기생충은 살기 위해 숙주에 기생한다. 하지만, 숙주를 죽일 정도의 약탈을 하지는 않는다. 숙주의 죽음은 곧 기생충에겐 세계의 멸망이기 때문이다.

저자 칼 짐머는 우리를 비밀스런 기생충의 세계로 안내한다. 기생충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지구에 안착하여 살아가는지, 심지어 숙주의 생식능력, 생태계의 형성, 생물의 진화에도 어떻게 깊이 관여하는지 흥미진진하게 파헤치고 있다. 흥미롭다.

저자 칼 짐머(Carl Zimmer)는

현재 예일대학 조교수로 있으면서 꾸준한 기고 활동과 과학과 환경 분야의 글쓰기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 타임스>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명민한 과학 저술가라고 그를 극찬했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서 주는 과학저널리즘상3(200420092012) 받았다. 2017년에는 미국온라인뉴스협회에서 주관하는 온라인 저널리즘 어워즈(online journalism awards) 해설 보도 부문에서 우승했다.

지은 책으로 기생충 제국을 비롯해 영혼의 해부》 《마이크로코즘》 《바이러스 행성》 《그녀는 엄마의 미소를 닮았네10권이 넘는 교양 과학책이 있다. 진화학 교과서인 진화: 생명의 이해도 공동 집필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