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인 헌팅턴병 환자 뇌 조직에서 나타나는 병리현상을 연구해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기전을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헌팅턴병은 30~40세 전후에 발병해 15년 이내에 사망하며 현재로는 치료방법이 없다.

KIST 뇌과학연구소 류훈 책임연구원, 보스턴대 의대 이정희 교수, 한양대 분자생명과학과 서혜명 교수팀으로 구성된 공동연구진은 헌팅턴병 환자의 뇌조직, 마우스, 세포모델 실험을 통해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XIAP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발현되지 않게 되면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현상을 발견했다.

정상뇌의 XIAP 분자 발현(왼쪽)과 환자뇌 XIAP 분자 감소(오른쪽)
정상뇌의 XIAP 분자 발현(왼쪽)과 환자뇌 XIAP 분자 감소(오른쪽)

정상적인 상태에서 XIAP 단백질은 세포사멸에 관여하는 p53 분자를 자가포식작용으로 분해해 세포손상을 줄이는 데, 헌팅턴병에 걸리면 XIAP 단백질의 발현 감소로 p53 분자의 분해가 줄어들고 활성이 증가해 비정상적인 세포손상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공동연구팀에 참여한 KIST 현승재 박사는 "증가한 p53 분자가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해 세포손상에 발동을 거는 현상을 확인함으로써 지금까지 설명하기 어려웠던 헌팅턴병의 신경세포 손상기전과 치료를 위한 병리기전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류훈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성과는 마우스 모델이 아니라 헌팅턴 환자의 뇌 조직에서 발견한 새로운 병리기전이기 때문에 질병의 원인 파악과 치료에 한층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헌팅턴병 뿐만 아니라 치매 또는 파킨슨병과 같은 다른 퇴행성 뇌질환들의 병리기전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Progress in Neurobi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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