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로 인해 폐 손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찾아냈다. 과잉 면역반응으로 폐 손상을 겪는 코로나19 환자의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수형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최영기 충북대 의대 교수(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 이정석 지놈인사이트 이사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 이후 폐에서 나타나는 면역반응을 동물모델로 분석해 혈류에서 들어오는 면역세포가 폐 손상에 관여한다는 것을 밝혔다고 전했다.

 페럿 폐포 속 세포를 분석해 대식세포가 폐에 미치는 영향 KAIST 제공
 페럿 폐포 속 세포를 분석해 대식세포가 폐에 미치는 영향 KAIST 제공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나는 폐 조직 안에서 즉각적으로 면역세포가 활성화된다. 이 면역세포의 대부분은 외부 균이나 감염된 세포를 먹어 없애는 대식세포다.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는 커다란 백혈구인 단핵구도 활성화된 채로 폐 조직으로 들어오며 추가로 대식세포로 분화한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폐 조직 세포를 제거하며 초기 방어를 한다.

연구팀은 인간 대신 족제비과의 일종인 페럿을 이용해 바이러스 감염 후 폐속 면역세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폈다. 인간의 폐에서 페럿은 사람과 폐가 비슷해 호흡기감염 동물모델로 활용된다. 최 교수팀은 페렛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것을 지난해 3월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연구팀은 조직 대신 세포 1개를 통해 변화를 분석하는 단일세포 시퀀싱을 이용해 대식세포를 10가지 아형으로 분류하고 이중 어떤 대식세포가 폐 손상을 일으키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2일 후부터 혈류에서 활성화된 단핵구가 급격하게 폐 조직으로 침윤하며 대식세포로 분화하고 양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이러한 혈류 기원 침윤 대식세포들은 염증성 대식세포의 성질이 강하게 나타났으며 바이러스 제거뿐만 아니라 조직손상을 일으키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게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같은 대식세포 분화 양상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폐 조직에서 관찰되는 변화와도 높은 유사도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현재 면역억제제를 투약받은 코로나19 환자들의 면역반응 변화를 종적으로 추적하면서 ‘사이토카인 폭풍’과 같은 치명적인 과잉면역반응의 적절한 제어와 약물의 면역학적 효과를 규명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인 지놈인사이트 이정석 박사와 카이스트 고준영 박사과정은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환자의 폐가 경험하게 되는 선천 면역반응을 단일세포 전사체라는 오믹스 데이터를 이용해 다각적으로 분석했다"면서 "바이러스 감염 시에 발생하는 대식세포 면역반응의 이중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충북대학교 최영기 교수는 "SARS-CoV-2 바이러스 감염 후 시간의 경과에 따른 바이러스의 증식성 변화와 병리학적 분석을 수행한 이번 결과는 전반적인 바이러스 감염 및 회복에 관여하는 병인기전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자료"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박수형 교수는 "코로나19가 감염된 직후 시간에 따른 변화를 감염 전과 비교해 정밀하게 규명한 것이 이 연구의 가장 큰 수확이며, 감염 후 폐 손상이 특정 염증성 대식세포에 의한 것임을 규명해 중증 코로나19 환자에서 사용되는 면역억제 치료 전략을 정교하게 만들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카이스트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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