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여성암병원 우주현 교수 “포기만 하지 않으면…임신 중 암 치료 가능”

이대서울병원에서 촬영하고 있는 tvN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이 시청자들에게 화제다. 슬의생 시즌2에서는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이야기가 의사들의 따뜻한 인간미와 함께 그려지고 있다.

지난 10회에서 흉부외과 도재학(정문성 분) 펠로우 선생의 아내가 오랜 기다림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는 기쁨과 함께 유방암 2기 진단을 받는 안타까운 내용이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2에서 산부인과 양석형 교수가 흉부외과 도재학 선생과 유방암에 걸린 그의 와이프에게 임신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2에서 산부인과 양석형 교수가 흉부외과 도재학 선생과 유방암에 걸린 그의 와이프에게 임신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극중 산모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항암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산부인과 양석형(김대명 분) 교수의 설득으로 임신을 유지하면서 항암치료를 받는 것으로 마음을 바꾸면서 결국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다.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우주현 교수와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는 이번 10회 드라마 대본 자문에 참여했다. 지난 해 실제 유방암 진단을 받은 산모를 치료,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할 수 있게 치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주현 교수에게 일문일답으로 들어본다.

- 임신부이던 환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던 당시 상황이 궁금합니다.

당시 환자는 임신 23주였어요. 환자는 임신 전부터 유방에 종물 같은 것이 만져지는 증상이 있었다고요. 임신 후 크기가 증가하는 것 같다며 이대여성암병원에 진료를 보러 왔고, 검사 결과 좌측 유방에 유방암이 발견됐어요. 당시 유방암 2기로 진단받았습니다.”

- 어떤 치료가 진행됐나요?

여러 의료진이 모여 태아와 산모 모두를 위한 최선의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를 두고 긴밀히 협의했어요. 신중한 논의 끝에 먼저 전신마취를 통한 수술을 진행했고, 수술 후 태아의 상태를 보며 임신 기간 중 총 4차례의 항암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환자는 출산 이후 12차례의 항암 치료를 진행해 현재는 호르몬억제치료를 통해 상황을 보는 중입니다.”

- 드라마에서는 임신 14주까지는 항암치료가 어렵다고 하던데요?

임신 13주까지인 임신 1분기까지 태아의 기관이 발생하는 아주 예민한 시기입니다. 임신 14주부터 시작하는 2분기부터는 항암치료가 가능하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방사선 치료는 하지 못하지만 유방암 수술도 가능해요. 물론 주수나 환자의 병기, 유방암이 어떤 타입인지에 따라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지요. 임신 중 항암치료 자체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항암치료로 조산의 위험이 높긴 합니다.”

-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나요?

환자도 항암치료로 자궁수축이 여러 차례 발생해 자궁수축억제제를 투여받았고, 특히 임신 31주에는 조기 진통 때문에 고생하셨습니다. 의료진의 노력과 더불어 아이를 지켜내겠다는 산모의 강한 의지에 결국 임신 356일까지 아이를 품을 수 있었지요. 제왕절개로 2.5남아를 분만했습니다. 아이는 이른둥이로 간간히 무호흡과 서맥이 나타나 신생아중환자실(NICU)에 입원했지만 결과적으로 건강하게 퇴원해 잘 자라고 있어요.”

-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드라마에서 산부인과 양석형 교수가 아기가 엄마 보러 나왔는데,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하냐는 대사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임신 중 암 진단을 받게 된 분들은, 나 뿐 아니라 뱃속 아이에게까지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해 더 힘들어 하십니다. 하지만 위의 산모분처럼 아이와 엄마 모두 건강을 지킬 수 있어요. 임신 중에라도 이상이 있다면 꼭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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