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316쪽/해냄/15,800원

공감은 치유자 정혜신이 극한 상황에서 사람을 살린 결정적 무기이다. 십수 년 동안 거리의 치유자로서 국가폭력 피해자를 비롯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저자는 공감이야말로 어떤 치료제나 전문가의 고스펙 자격증보다 사람의 마음을 강력하게 되살리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외형적 조건이나 삶의 내력이 아닌 사람의 존재 자체에 초집중하고, ‘내 감정을 묻는 질문과 지지를 통해 존재의 핵심을 정확하게 자극하는 심리적 CPR은 공감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공감을 통해 자신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면 누구라도 짓눌려 있던 가 되살아나고 자신의 상황과 문제를 스스로 조망할 수 있는 힘과 호흡을 회복할 수 있다.

공감 행동지침서를 표방하는 이 책은 존재의 개별성을 무시하는 사회적 시선과 환경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아픈 이유를 들여다본다. 우울증 등 진단이 남발되고 일상이 외주화되는 현실을 직시하며 심리적 CPR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공감에 대해 갖고 있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공감의 방법을 제시한다. 사람은 모두가 개별적 존재이다. 공감의 정확성을 높이는 경계 짓기를 제안한다. 사랑에 대한 욕구, 콤플렉스, 집단 사고 등 진정한 치유를 방해하는 공감의 허들을 짚어준다. 존재를 살리는 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유념해야 할 실전 치유 팁을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보여준다.

사랑받고 인정받길 원하는 마음은 사람의 본능이다. 수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더라도 자기 존재에 대한 제대로 된 공감과 집중을 받지 못하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방전되고 아플 수밖에 없다.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는 진정으로 공감받고 공감할 수 있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사람이 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공감의 과녁, 경계 짓기, 공감의 허들 넘기로 설명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에게 무조건 긍정하는 것, 금세 감정이 동화되도록 타고나는 것, 상대를 위한답시고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하는 것이 공감이라는 착각과 통념을 깬다.

이 책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통찰과 치유 내공을 밀도 높게 담고 있다. 이론과 통계, 정형화된 사례에 의존하는 기존의 심리학 책과 다르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육성을 통한 사례로 뒷받침한다. 단호하면서도 깊숙이 마음을 움직이는 저자 특유의 언어는 읽는 과정 자체를 진한 공감의 순간으로 만든다.

가정직장사회에서 상처 입을 때 이 책은 당신 마음에 눈 맞추고 당신이 옳다고 세심하고 과감한 지지를 전해줄 것이다. 또 주변 사람과 삶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집밥같은 힘을 실어주고, 우리 사회에 공감의 중요성과 방향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줄 것이다.

저자 정혜신(鄭惠信)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두환정권에서 무고하게 고문을 당하고 18년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했던 박동운 선생을 2005년 만난 이후 1970~80년대 고문생존자와 5·18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치유자로 살았다.

2008년부터 고문피해자를 돕기 위해 만든 재단 진실의 힘에서 고문치유모임의 집단상담을 이끌었다. 2011년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집단상담을 시작하며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만들었다. 정혜신은 진료실에 머무는 의사가 아닌, 거리의 의사가 꿈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에 거주하며 치유공간 이웃의 이웃 치유자로 살아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 정혜신의 사람 공부》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공저) 당신으로 충분하다》 《홀가분》 《사람 vs 사람》 《남자 vs 남자등이 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