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308쪽/부키/16,800원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던 조선 최고의 리더 세종은 왜 운동만 멀리했을까? 천상의 건축가 가우디는 왜 하필 해골 집을 짓는 데 집착했을까?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어쩌다 도박꾼이 되었을까? 왜 인상파의 거장 모네의 말년 화풍은 추상화처럼 변했을까? 그 해답은 이 천재들이 각기 앓았던 질병 속에 있다.

이들은 병약한 신체를 이겨 내고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생전에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악질 범죄자처럼 이들을 괴롭혔던 질병의 정체는 무엇이고 이들의 삶과 업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정형외과 전문의인 저자는 모든 의사가 명탐정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증상과 단서를 종합해 질병을 진단하는 일은 다양한 증거를 수집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범인을 밝혀내는 일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명탐정 셜록 홈스를 창조한 코넌 도일도, 홈스의 모델이었던 조지프 벨 박사도 모두 의사였다. 어쩌면 모든 의사는 홈스의 후배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스스로 탐정이 되기로 했다. 환자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10명의 역사적 인물을 선정했다. 언어학자 세종대왕과 건축가 가우디, 소설가 도스토옙스키, 작곡가 모차르트, 철학자 니체, 과학자 마리 퀴리, 화가 모네와 로트레크와 프리다 칼로, 가수 밥 말리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발병 원인과 증세, 투병 과정 중에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여기에 얽힌 뒷이야기와 낭설도 많고 잘못된 정보와 오해도 크다.

역사 속 인물들의 질병을 추적하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펼쳐진다. 저자는 보다 타당한 근거와 논리로 진단하기 위해 당시 시대상과 의학 수준, 발병 과정, 외관상 병증을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역사 문헌과 기록, 사진 자료와 초상화, 국내외 의학 논문을 참고했다.

저자는 직접 논문을 쓰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강직성 척추염 사례로서 세종을 소개한 것이다. 이는 SCIE급 이상 국제 학술지에서 세종을 다룬 첫 논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탄탄한 의학역사적 배경 속에서 풀어내는 질병의 미스터리와 매혹적인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지적 탐구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자 이지환은

1988년에 태어났다. 건국대학교병원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국군강릉병원 정형외과 과장으로 복무했다. 현재 건국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다른 분야보다 상상의 여지가 풍부한 문학과 역사를 특히 좋아했다. 눈에 보이는 현상 속에서 자그마한 단서를 찾아내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그리는 일에 큰 매력을 느낀다.

국내외 유수 학술지에 여러 편의 의학 논문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서 딥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한 골절 진단법과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의 증세를 통해 강직성 척추염을 추측하는 등의 내용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의학이 일반인에게 보다 더 유용하고 친근해지도록 다양한 학문과 접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의학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대중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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