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에 생긴 작은 주머니 게실에 염증…방치하면 복막염으로 악화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배가 아픈 복통을 경험한다. 복통의 정도가 심해 참을 수 없을 정도라면 주로 충수염(맹장염)을 떠올리곤 한다. 충수염은 때로 TV 드라마에서 오른쪽 아랫배를 움켜지며 고꾸라지는 주인공이 병원을 방문하면 진단받는 질환으로 그려진다. 충수염 증상과 비슷하면서 전혀 다른 질환이 있다. 바로 게실염이다.

대장 게실(憩室)은 대장 점막층과 점막하층이 대장벽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층 가운데 약해진 부분을 통해 대장 바깥쪽으로 돌출된 상태를 말한다. 보통 주머니 모양으로 돌출한다. 이 게실에 대변이나 음식물 찌꺼기 같은 물질들이 끼어 염증을 일으키면 게실염이다. 우측 대장에 모두 생긴다. 한국 사람들은 우측 대장에 있는 경우가 더 흔하다.

선천적 게실은 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후천적인 게실은 대장 내 압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장 내 높은 압력이 대장벽을 압박하고 게실을 발생시킬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평소 식습관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변비가 생겨 대변을 배출하기 위해 더 많은 압력을 대장 내에 가하면서 게실을 발생시킬 확률을 높인다. 또 설탕‧아이스크림‧탄산음료 등 단순당을 많이 먹으면 장내에 유해균이 증식, 장내 가스가 발생하면서 대장 내 압력이 증가한다.

고지방고단백 식단과 함께 줄어든 섬유질 섭취, 이른바 서구화된 식습관이 여러 소화기질환들을 일으킨다. 게실염도 그 가운데 하나다. 또 노화로 인한 장벽 약화가 게실 발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게실의 존재 자체만으로는 특별한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게실염으로 악화하면 여러 증상이 생긴다. 대표적으로 바늘이 아랫배를 찌르는 듯한 통증과 함께 발열오한설사구역질 등이 있다.

혈변이 나타나기도 한다. 게실 내 소혈관이 염증으로 손상되면서 출혈이 생긴다. 게실염의 염증이 심해지면 천공이 생겨 변과 세균이 복강 내로 노출되고 복막염이 올 수 있다. 복막염은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심각한 질환으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게실염은 수 일간 항생제 치료를 하면 70~80%는 호전된다. 염증이 가라앉으면 대장내시경이나 대장조영술로 상태를 확인한다. 금식과 항생제에 반응이 없거나 게실염의 합병증인 농양천공복막염 등이 나타나면 수술이 필요하다. 게실염은 또 재발되는 경우가 많아 약 30% 정도는 5년 내에 재발한다. 재발이 잦으면 수술한다.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채소 등을 충분히 먹으면 게실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현미와 같이 도정이 덜 된 곡류가 좋다. 또 육류의 과다 섭취를 피하고 다량의 섬유질 섭취와 함께 매일 1.5정도의 물을 마셔 부드러운 대변을 만들어 변비를 막고, 규칙적인 배변습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려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동우 교수는 게실염 발병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서구화된 식습관을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게실염은 방치하면 복막염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빠른 치료가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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